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상됐던 자동차보험료를 다시 원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고객들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임직원에게 최대 480%의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하면서도 보험료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금융소비자연맹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5,476억원으로, 전년(8,056억원) 대비 192% 치솟았다. 이 가운데 상위 4개사의 당기순이익이 전체의 86.6%인 1조3,440억원에 달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전년 동기(4,279억원)의 1.5배인 6,2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2위 현대해상(2,874억원)과 3위 동부화재(2,960억원)의 순이익도 각각 238%와 188% 늘었다. 업계 4위인 LIG손보 역시 전년(261억원)의 5배가 넘는 1,37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금소연 측은 "남은 4개월을 감안하면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당기순이익은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손보사들 또한 "사상 최대의 이익이 예상된다"며 성과급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근거로 연봉의 40%(월급의 480%)에 달하는 금액을 이달 중 지급할 예정이며, 현대해상 등 다른 손보사도 연초나 회계연도가 끝나는 5~6월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00~300%의 격려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객들의 보험료 인하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손해율(고객이 낸 보험료 가운데 보험금으로 지급된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1%로 전월의 76.8%보다 2.3%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 8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적정 손해율 71~73%를 웃도는 것이다. 대다수 손보사들이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도 근거로 제시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손보업계의 주장이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12월 손해율이 높은 것은 원래 교통사고가 빈번한 겨울철이기 때문이며, 2010년 12월 손해율(90.4%)과 비교해서도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1 회계연도 3분기까지 평균 손해율은 75.6%로 오히려 전년 동기(81.4%)에 비해 5.8%포인트나 낮았다.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 보험료 인하가 곤란하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 천문학적인 당기순이익은 손보사들이 고객에게서 거둔 보험료를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발생한 것인 만큼, 투자 이익의 일부를 보험료 인하 혜택 등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이기욱 금소연 정책개발팀장은 "손보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보험료 인하를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성과급 잔치로 흥청대기보다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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