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입시를 앞둔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페이스북 계정 세탁'바람이 불고 있다. 페이스북 세탁은 좋은 글과 사진 등만 남겨 놓고, 자신의 이미지에 지장이 될 만한 내용들을 지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음주 흡연 약물 관련 사진이나 지원하려는 대학 성향과 맞지 않는 글 등을 지우는 식이다.
내용삭제가 여의치 않다면 아예 새로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기도 한다. 기존 페이스북 계정은 이름과 이메일 등을 고쳐서 감춰두고, 새로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좋은 내용으로만 채우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우리나라 포털 들처럼 '실명제'를 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로 계정을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개의 이메일 주소만 갖고 있으면 복수의 계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세탁의 이유는 페이스북에 실린 내용이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재미 동포 주부 이모(46)씨는 "일부 대학에선 입학사정관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계정을 들여다 본다고 한다"며 "반사회적인 내용, 음주 약물 같은 학생에게 적합치 않은 내용, 학교정신에 위배되는 내용이 들어있으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감점을 하거나 아예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망과 전통 있는 대학에 가고 싶으면 적어도 6개월 전부터 페이스북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학생들의 불문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사립대는 아예 입시 원서에 페이스북 등을 살펴보겠다는 내용을 명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대 경영학부에 입학한 이모(20)씨는 "미국 청소년들은 사정관이 페이스북 등을 뒤져보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입시를 앞두고 문제될 만한 내용을 페이스북에서 지우는 등 조심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채용에도 SNS 계정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는 마케팅 임원을 뽑으면서 250명 이상의 트위터 수신자(팔로어)를 조건으로 붙이기도 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에서도 이미 2,3년 전부터 채용 때 비공식적으로 인력관리(HR) 전문업체를 통해 입사지원자의 SNS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HR업체 대표 A씨는 "면접이나 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 없는 진면목을 알기 위해 지원자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내용 검색을 의뢰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주로 대외 교섭이나 기업 비밀 등 중요업무를 다루는 자리일 경우 SNS 확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입사지원자의 SNS 계정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모든 지원자를 다 볼 수는 없고 적어도 최종 합격자만은 SNS계정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거부감이 클 수 있어서 시행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