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에 출석한 고명진 보좌관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전달한 적도 돌려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그에게서 진술을 받아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고 보좌관의 진술을 이번 수사의 향배를 결정지을 갈림길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고 보좌관을 고승덕 의원이 돈을 전달한 사람으로 지목한 '검정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의 남성'으로 특정한 상태다. 사건을 폭로한 고 의원과 돈봉투를 직접 전달받은 고 의원실 여직원 이모씨에 대한 조사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지난 10일 밤 전격적으로 고 보좌관에 대해 체포영장과 자택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것도 그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검찰은 신속하게 고 보좌관의 신병을 확보한 후 강도높은 조사를 통해 '돈 봉투 전달자'라는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복안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돈봉투 전달을 지시한 윗선, 돈봉투를 전달받은 다른 의원들로 수사의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이 당시 돈을 건넨 인물이 쇼핑백에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봉투를 잔뜩 갖고 있었다고 한 만큼, 고 보좌관을 통해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전달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고 보좌관이 수사 착수 직후 박희태 국회의장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후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진술 태도를 보임에 따라 검찰은 난감한 입장이 됐다. 고씨의 입을 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형편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의혹 규명에 확실한 수사로 답하지 못할 경우 닥칠 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향한 여론의 후폭풍, 이로 인해 검찰로 돌아올 정치권의 질타 등을 생각할 때 검찰로서 수사의 사실상 첫 단계인 고 보좌관의 진술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고 보좌관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거나, 또 다른 관련자를 추가로 불러 진술을 받아내는 등 다른 방안으로 고 보좌관을 압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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