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소득 따라 선별 장학금" 야 "등록금 50% 일괄 인하" 입장차
전통적인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20대, 특히 대학생이 지난해 10ㆍ26 재보궐선거부터 달라지고 있다. 당시 대학생들은 "20대가 50% 투표하면 반값등록금 실현되고, 100% 투표하면 무상등록금이 가능하다"는 식의 투표참여운동을 벌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대학 등록금과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20대 표심을 가를 핵심 키워드는 등록금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한나라당의 정책방향은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적 등록금 부담 완화', 민주통합당은 '전체 대학생의 명목등록금 50% 인하'로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 "소득에 따른 선별적 지원"
한나라당은 등록금 공약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당정이 추진해 온 정책 기조를 통해 기본방향을 알 수 있다. 즉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등록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국가장학금 예산으로 1조7,500억원(대학 부담 포함 총 2조5,000억원)을 책정했고, 국가장학금 정책으로 소득 7분위 이하 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올해 25%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학자금 대출금리를 3.9%로 1%포인트 인하했고, 일반학자금 대출 기준을 B학점 이상에서 C학점 이상으로 완화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임해규 의원은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올해 확정된 국가장학금 제도이지만 명목 등록금 인하도 여론 추이에 따라 공약으로 논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최근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대학생이 대출받은 학자금을 취업한 기업이 대신 갚도록 하고 대신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업에 등록금 문제를 떠넘긴다는 점 때문에 당 안팎에선 부정적이다.
민주통합당 "전체 명목등록금 반으로"
민주통합당은 전체 대학생의 명목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반값 등록금 소요재원은 5조7,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대학의 자구노력으로 1조원을 줄이고, 현재 투입된 2조5,000억원 규모의 장학금 예산을 등록금 인하로 돌리며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대학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해 나머지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소득분위별로 장학금을 차등지원하는 것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명목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과도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이고,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등록금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며 "사립 중고교에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사립대학에도 등록금 예산을 지원하고, 등록금을 일정 금액 이상 받지 못하게 하는 등록금 액수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재정확보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추산하는 예산으로 반값등록금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유초중등 교육 예산을 대학 교육에 돌려쓰는 일은 없어야 하고, 복지예산 등의 감축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결국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이 솔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핵심"
전문가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지원하고, 학자금 대출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극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지원의 명분을 놓고 수혜자 원칙이냐 공공성 확대냐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공생발전을 위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1,500명 응답자의 70.4%가 양질의 대학교육이 정부 책임이라고 답했고, 69.9%가 저소득층 대학생 재정지원이 정부 책임이라고 답하는 등 국민의 요구수준은 매우 높아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할 우려가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명목 등록금 인하부터 의견이 갈렸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국가장학금 제도는 등록금 경감 수준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하다"며 "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이자율 완화는 명목등록금 인하를 전제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홍익대 교수는 "장학금으?해결하기보다는 명목 등록금을 낮춰야 하며 등록금을 낮춘 이후에 저소득층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혜숙 연세대 교수는 "정치권이 반값등록금이라는 이슈로 국민에게 기대를 갖게 한 것이 실수"라며 "대학교육의 혜택은 자신이 누리는 것이므로 수혜자 부담 원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치권과 정부에서 심도있게 논의됐던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사립대의 비율이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공립대에 우선 지원하는 것은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 은근슬쩍 입학금 올리는 대학들
가뜩이나 팍팍한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연간 1,000만원 대 등록금뿐이 아니다. 등록금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국민의 시선이 고정된 사이 대학들은 입학금, 계절학기 수업료를 대폭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막무가내 징수를 막기 위한 규제와 법령 개정이 동반돼야 막대한 세금이 투자되는 교육정책이 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50곳의 입학금 인상률은 2005~2010년 사이 평균 24.1%에 달한다. 동국대는 이 기간 입학금을 무려 46.2%(32만3,000원)나 올려 인상률 1위를 기록했고, 2위 세종대 역시 39.6%(26만9,000원)를 올렸다. 특히 동국대는 2010년 "등록금을 동결했다"고 밝히고도 입학금을 9.9%나 올려 신입생 1인당 9만2,000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201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3.15%)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대학이 매년 왜, 어떤 근거로 입학금을 걷는지, 사용내역은 무엇인지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시민단체, 총학생회 등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보통 운영비로 학교운영 전반에 지출된다"는 기계적인 통보를 반복하고 있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산출할 때도 한국만 입학금을 뺀 등록금 액수를 계산한다"며 "입학금을 없애거나, 산정 근거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절학기 수업료도 문제다. 현재 교과부가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을 산정할 때 계절학기 수업료는 제외된다. 또 고등교육법은 반드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역시 논외 대상이다.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 수업료는 건국대가 13%, 연세대 11.2%, 한양대 13% 를 올렸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계절학기 수업료 역시 등심위에서 학생위원들과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액 기숙사비를 요구하는 대학 행태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숙사는 학생들이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교육복지로 제공돼야 하는데 대학들이 민간투자시설사업(BTL)방식으로 기숙사를 유치하고 비용을 전가하는 장사만 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저소득층 대학생 주거복지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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