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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내라" 남대문 영세상인에 17억원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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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내라" 남대문 영세상인에 17억원 뜯어

입력
2012.01.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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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가게 상인과 노점상들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뜯어온 관리회사 직원과 경비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청소비 명목으로 70~80대 나이의 영세 노점상들에게 매달 수만원씩을 뜯어내는가 하면 공용화장실 사용료, 시장 축제비를 빼돌리는 등 갖가지 방식으로 상인들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남대문시장 상인들로부터 수년간 자릿세 등 영업보호비 명목으로 총 16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경비원 김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남대문시장 대표이사 김모(74)씨 등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남대문시장 노점상연합회(다우리회) 회장 김모(54)씨 등 2명을 노점 손수레 260대를 노점상들에게 강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대문시장 임직원들은 양말 노점상 이모(76)씨에게 "청소비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매일 4,000원을 받아 챙기는 등 2005년 1월부터 6년간 노점상 57명으로부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자릿세 6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회사 대표 김씨는 관광안내소 옆 공중전화 박스를 철거한 자리에 현금인출기를 설치하기로 해놓고 임원 장모(50)씨에게 아동복 노점을 개설하게 해 임대료로 매달 3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챙기고, 한가위대축제 행사비를 부풀려 1,040만원을 횡령하는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원들은 김씨가 지나가면 '사장님이 외출할 때 눈에 거슬린다'며 매일 1~3차례 호각을 불어 노점상인들에게 짐을 싸 뒷길에서 30분간 숨어 있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관리회사는 청소, 시장질서 유지, 화재 예방 등 상인 권익을 보호한다며 1954년 설립됐지만 이사회에 상인들이 배제되는 등 폐쇄적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리회사 경비원과 상가운영회 임직원들도 '돈을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한다''질서 유지선을 침범했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상인들을 협박, 개인적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회사가 직원들 급여를 적게 주다 보니 경비원 등 직원들은 상인들에게 돈을 뜯었다"고 이들의 비리 구조를 먹이사슬로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이면도로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들에게는 무차별적으로 돈을 뜯었지만 연합회를 결성해 목좋은 자리를 차지한 260개 노점상에게는 돈을 걷지 않았다. 입건된 노점상연합회장 김씨는 영세 노점상들에 손수레를 시가보다 30% 정도 비싼 대당 350만~890만원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남대문시장 경비원들이 상인들에게 금품을 갈취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관리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다른 재래시장에도 비슷한 유형의 갈취 행위가 있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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