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성장 DNA가 'EㆍPㆍC(설계ㆍ구매ㆍ시공)에서 'DㆍF'(개발기획ㆍ금융)로 바뀐다.
서종욱(63) 대우건설 사장이 사업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금융조달을 모두 총괄하는 디벨로퍼 역량을 갖춘 건설회사로의 성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우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표 건설사로서의 위상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EPC 경쟁력 덕분. 그러나 단순 시공 중심의 EPC만으로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바뀌는 수주 추세를 따라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서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건설과 금융을 융합하고 개발 프로젝트 기획까지 아우르는 과거와는 다른 체질의 건설회사로 바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나와 산업은행 체제로 편입된 지난해가 대우건설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다지는 원년이 된 셈. 그는 "작년이 본격적인 비상을 준비한 한 해였다면, 2012년은 이를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해외수주 패턴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산은의 금융을 업고 사업기획과 시공ㆍ운영을 맡는 해외 민간발전사업(IPP)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대우건설이 노리는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
서 사장은 "중동은 물론 이미 리비아와 알제리 등을 발판으로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는 마련된 상황"이라며 "산유량은 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업체 진출이 거의 없는 남부 아프리카로 진출 시장을 확대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단 수주 텃밭 중 한 곳인 리비아는 정정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해외 수주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링 경쟁력. 서 사장이 그동안 엔지니어링을 집중 육성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엔지니어링 분야가 취약해 지난 4년간 이쪽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는데 역점을 뒀습니다. 플랜트사업부서 내에 있던 엔지니어링 부문을 작년 초엔 실(室)로, 또 올해는 독립 본부로 승격시켰지요." 서 사장은 장기적으로 실력 있는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ㆍ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주택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익성과 신중함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주택 분양이 많았던 덕에 업계 1위 자리에도 올랐지만, 이후 건설경기 침체를 맞아 미분양의 부메랑을 맞으면서 지난해 6위로도 내려갔다"며 "한번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주택시장이 어려웠던 작년에도 한동안 공급이 없었던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사업을 벌여 업계에서 가장 많은 2만2,000여가구를 선보이면서도 평균 분양률 95%가 넘는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올해도 철저한 사업성 검증을 거친 지역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8,000여실과 아파트 1만9,000가구 등 2만7,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사진=조영호기자 cho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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