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말 화법이 대세? 자칫 풍자아닌 조롱이 되죠"
0화제는 시나브로 정치 이슈로 수렴됐다. 제작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이자 영화감독, 희곡 및 시나리오 작가, 연극 연출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달고 종횡무진 한다지만, 장진(41) 감독에게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들에 대한 단상까지 묻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워낙 요즘 그의 관심사가 시사 풍자에 쏠려 있는 탓이다. 장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케이블 채널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ㆍSNL) 코리아'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본격 시사 풍자 코미디에 도전하고 있다. 뉴스 형식 코너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앵커로 직접 출연도 하고 있어 일주일에 네댓새는 SNL 코리아에 빠져 산다.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영화와 연극 연출로 명성을 쌓았지만, 사실 1994년 SBS '좋은 친구들'의 코미디 작가로 대중과 처음 만났다. 그러니 TV 코미디로의 회귀가 별스러운 일은 아니겠지만, 풍자의 강도가 제법 세다. 이참에 시사 풍자 코미디의 선봉에라도 서겠다는 걸까. 그는 "그것보다는 SNL이라는 라이브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국내에 정착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롱과 풍자는 다르다"거나 "누군가를 공격할 때 도망갈 자리를 만들어주고 해야 한다"는 나름의 풍자 철학을 내보였다.
_SNL 코리아의 반응이 좋다.
"이런 종류의 정치ㆍ사회 풍자쇼가 오랫동안 없어졌던 나라였던 까닭이다. 군사정권 이후 표현의 자유가 제약 받은 적이 없는데 현 정부 들어 대중매체 등이 스스로 얼게 만든 묘한 분위기가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SNL 코리아나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억눌렸던 게 폭발하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_창작자로서 실제로도 억눌린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심의가 세졌다고들 하는데 나는 딱히 피부에 와 닿은 것은 없었다. 다만 광장 집회, 촛불시위 등의 형식으로 민주사회에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할 변방의 목소리가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돼 온 게 안타깝다.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실제 우리의 삶을 쓰다듬어야 할 경제 분야 등에서는 오히려 치열한 논쟁이 사라지지 않았나."
_SNL 코리아를 통해 시사 풍자를 확실히 하겠다고 총대를 맨 모양새인데.
"어떻게 보면 시사 풍자를 하겠다는 다짐이라기보다 민주주의가 토착화됐다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누리며 쇼로 자리잡은 SNL의 근원적 묘미의 절반만이라도 쫓아가 보자는 마음이 컸다. 정치 또는 삶의 구석구석과 전혀 관계없는 이질적 존재로 보이는 대중스타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풍자를 같이 한다는. (SNL은 미국 지상파 NBC에서 1975년 이후 37년째 토요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로 'SNL 코리아'는 CJ E&M이 이 프로그램의 판권을 수입해 선보이는 쇼다.) 사실 나는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너무 힘들다."
_뭐가 그리 힘든가.
"이런 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방송사의 굳은 심지가 있어야 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슈 한가운데에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스타가 존재해야 한다. 또 대중이 이런 쇼를 이해해 줘야 하고. 그런데 프로그램 성격을 미리 알려 주고 출연 약속을 받았는데도 막상 대본을 받고는 약속을 번복하는 스타가 하나 둘 늘고 있다."
_그러고 보니 사회적 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 중 톱스타는 흔치 않은 듯하다.
"대작 배우는 어쩔 수 없이 대부분 광고에 매여 있는 광고 배우니까. 주요 가전업체, 자동차업체 광고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게이나 성추행범, 연쇄 살인마 같은 역할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_프로그램에 나온 까칠한 발언들이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크게 부각을 시키니 그런 거다. 어정쩡한 타협은 케이블 채널 성격에 잘 안 맞기도 하고. 흔히 표현의 수위 조절이라는 게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스스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를 때까지 지르다가 위에서 건드리면 그 때 수위 조절이 되는 거지. 그리고 기자들이 '뭐 하나 나오나' 해서 늘 준비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_생방송 중 애드리브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나?
"내가 무슨 '독박' 쓸 일 있나? 애드리브로 보이는 부분도, 호흡과 쳐다보는 눈짓까지 철저하게 각본으로 준비한 거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발언은 어떤 출연자든 나에게 최종 확인을 받아야 한다. 생방송에서 정치와 관련된 말실수의 파장이란…."
_'나는 꼼수다'의 막말에 가까운 화법이 대세여서 풍자의 방법론 고민이 많았겠다.
"'나꼼수'는 같은 편끼리 모여 즐기는 것이라 본다. 다른 생각을 가진 대중까지 흡인하는 힘은 없다. 정권 교체라는 대단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 어떻게 미디어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는지 모르겠다. 대중의 수준이 높아진 요즘 풍자 코미디를 하기가 정말 어렵다. 예전에는 절대적인 적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이 있으면 풍자의 수준이 조금 모자라거나 강도가 너무 세도 '아, 저걸 빗대서 하는 말이구나' 하고 이해해 주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직설적 화법이 되면 그건 곧 풍자 정신에 위배되는 일방적 조롱으로 가는 거다."
_예를 들면?
"누군가를 공격할 때는 그가 도망갈 자리를 만들어 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장난전화 오인 사건은 사실 크게 풍자할 거리가 못 된다. 그는 이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코너에 몰리지 않았나. 반면 아직은 의혹 단계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측근 비리의 경우는 사실로 드러난다면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싶은 소재다. 최 위원장이 어떤 사람인가. 주변의 모든 우려를 다 잠재우고 강성으로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추진한 인물 아닌가. 이번 비리가 사실이라면 정말 이 정권은 온몸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얘기가 되는 게 아니겠나."
_대본과 관련해서 제작사 CJ E&M과 갈등은 없나.
"일일 진행자인 호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시청률 변동 폭이 크고 내가 SNL을 대중에 안착시킬 만큼 수가 높은 사람이 아니어서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힘든 점은 없다. 처음부터 (CJ측에) '나를 조정하려 들면 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갈 것'이라고 선언하고 시작했다."
_시청률이 고민이라면 좀 더 자극적인 진행의 유혹도 느낄 텐데.
"날카롭고 뾰족하게 표현하면 회자는 많이 될 거라 생각한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이야기하니까. 하지만 결국 실질적인 시청률을 논할 때 그들의 비중은 아주 작다.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는 다수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버라이어티쇼에서 벗어날 때 말 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
장 감독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광고를 연출했다. 그는 자신의 뚜렷한 정치 성향을 의식한 듯 "TV 프로그램은 우리 편끼리 즐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립에서 통제 정신을 갖고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정치 현상과 관련한 질문들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견해를 털어놓았다.
_노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상당수가 실명을 안 쓰고 가명으로 일했다. 나를 비롯해 한 회사의 대표인 사람들은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으니까. 난 그저 노무현이라는 한 인간의 팬이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날 5월 23일(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 이후에 이미 전투는 시작된 거다."
_그 말이 SNL 코리아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외부에 이런 발언을 자제해 왔다. 나의 정치적 노선에 대한."
_정치색이 프로그램에 드러날까 봐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는 않나.
"내 정치적 노선이나 존경하는 대상이 바뀌지 않는 한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정치색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방적인 지지를 상업 자본이 들어간 상업 매체에서 표명할 일은 아닐 테니까."
_정치 풍자의 소재를 찾는 입장에서 요즘의 관심사는.
"야권이 너무 조용한 게 답답하다. 이대로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지 싶다. 답 안 나오는 싸움 대신 정책 디자인에 관심을 둬야 이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나. 야권에 제대로 싸우는 선수가 없다."
_'안철수 vs 박근혜'의 대선 양자 구도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일단 손학규씨의 지지 기반이 약해진 게 안타깝다. 안철수씨에게는 화나는 게 있다. 왜 온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나.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은 또 뭔가. 언제부터 정치를 했다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이지만 이렇게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까지 있나 싶다. 현실적으로 야권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캠프를 꾸려 정책을 짜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_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생각은? 질문의 균형 차원에서.
"영화감독 불러놓고 뭐 이런 질문을…(웃음) 이놈 저놈 다 해봤는데 박근혜씨가 하면 또 어떤가. 지금 누구 한 명이 나선다고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 없지 않나."
장 감독은 '허탕' '택시 드리벌' '서툰 사람들' 등의 연극과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영화로 극작과 연출 실력을 모두 인정 받으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퀴즈왕'(2010) '로맨틱 헤븐'(2011)이 흥행에 참패하는 등 영화계에서는 잇따라 쓴맛을 봤다. 타이밍을 깨는 엇박자 유머, 소위 '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특정 배우들에 대한 캐스팅 고집 등이 자기복제의 한계를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_SNL 코리아에서 '로맨틱 헤븐'의 흥행 실패를 유머의 소재로 썼다. 왜 실패했나.
"재능의 한계다."
_너무 비관적인 해석 아닌가.
"가장 간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안 주며 사는 방법이 나의 무능을 받아들이는 거다. 물론 그 무능이 인생의 무능은 아니고 유효기간이 있는 무능이다. 두 작품 연달아 성공해 '천재' 소리 들을 때도 분명 유효기간이 있었다. 6개월 정도? 천재라고 할 때도 난 그냥 웃겼다. 내가 날 아는데."
_대중성이라는 게 모호한 개념인데.
"어찌 됐든 영화든, 연극이든, 방송이든 만든 사람이 '나는 잘 만들었는데 마땅한 결과가 안 나왔다'며 소비하는 관객을 욕할 수는 없는 거다. 요즘 영화 '마이웨이'의 흥행 성적이 안 좋은데 '일본 영화도 돈 내고 보면서 언제부터 그렇게 영화에서 국가관을 찾았대?'라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대중의 흐름을 욕해서는 안 된다. 그나저나 '마이웨이' 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도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
_CJ엔터테인먼트는 공연계에서도 큰 손이니 연출가로서 걱정스럽겠다.
"CJ의 공연 사업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많다. 지금의 행태는 부동산 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 흥행이 될 만한 작품을 입도선매하고 극장 규모를 키워 수익률을 높이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창작자를 발굴해 장기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고 그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공연계에 얼마나 더 큰 발전이 있겠나."
_'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특정 배우들과 자주 작업을 하는데.
"그 표현은 내가 붙인 적도 없고 내게는 정말 조심스러운 말이다. 만약 어떤 배우가 '박찬욱 (감독) 사단'이라고 한다면 나라도 데려다 쓰기 싫을 것 같다."
_그럼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겠다.
"늘 미안하다. 난 그저 대여섯 명의 배우들을 A- 정도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죽기살기로 2년 반에서 3년 반 정도를 함께 가는 것뿐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내가 끌어올려 주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A급 배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작년 말에 시작한 연극 '리턴 투 햄릿'과 'SNL 코리아'로 요즘 젊은 배우들을 또 새로 키우고 있다. (기존에 '장진 사단'으로 불리던) 신하균, 정재영, 류승룡도 이제 다 죽었다.(웃음)"
_'사단'이라는 표현이 외부의 오해인 것만은 아닌 듯한데.
"그래서 요즘은 예전보다 조금 일찍 내 품에서 떠나 보낸다."
_드라마 연출 제안은 없나.
"구체적으로 이야기 중인 건이 있다. 120억~150억원 규모의 첩보 드라마인데 예산만 확정되면 올 여름쯤 촬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금액이 워낙 커서…."
_영화에서도 해 보지 않았던 블록버스터를 만들게 되는 건가.
"영화는 제작비 20억원만 넘어가면 나한테는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20회 기준으로 보면 그래 봐야 8억원짜리 영화 20개 만드는 꼴 아닌가? 왜 이걸 한 작품으로 보지?"
_연극과 영화에 이어 방송까지, 벌여 놓은 일이 참 많은데 최종적인 꿈은.
"이런 걸 모두 그만두는 게 가장 큰 꿈이다. 주류 매체에서 벗어나 독립영화를 찍고, 연극도 만드는 것은 좀 뒤로 하고 좋은 글만 쓰고 싶다."
■ '위크엔드 업데이트' 앵커 장진의 말말말
"많은 분들이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알고 싶어 하십니다. 시민 여러분의 참여 부탁드립니다."(한미 FTA를 주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논란을 끝낼 수만 있다면 자신을 밟고 가도 좋다'고 한 말을 전하며)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을 얘기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게 우리의 법이다."('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의 징역형 확정 소식을 전하며 덧붙인 논평을 곧바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는 청년들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메일 신년사를 소개할 때 되풀이하며)
"친인척 비리문제 등으로 골치에 빠져 선정이 유력시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올해 구설수가 많았던 강용석 의원, 그리고 대권 준비 잘 하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신인들을 만나 주춤했던 손학규 대표는 2011 불행한 존재로 선정이 안됐다. (선정이 안된)이유를 살펴 보니 '지금 이 정도가 끝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불운한 일이 더 생기면 안 될 텐데 걱정이다."(2011년 마지막 날 특집으로 한해 가장 불행했던 인물 뉴스를 전하며)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근태와의 인연
장진 감독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의 에피소드 한 편을 연출했다. 제목은 '고마운 사람'으로 정보기관의 고문기술자와 운동권 학생의 별스런 우정을 그렸다. 가해자로만 비쳐지는 고문기술자가 사실 비정규직으로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전복적인 설정이 인상적이다. 인권위는 펄쩍 뛰었다. 고문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장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생각도 전향적이어야 하지 않냐며 인권위 관계자에 맞섰다.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이 민주화 운동 시절 자신을 고문한 이근안 경감을 용서했다는 기사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 덕에 장 감독의 의견은 그대로 관철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장 감독은 김 고문과 식사를 함께 했다. 김 고문이 문화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장 감독은 김 고문의 '위대한 용서'를 화제로 올렸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고문의 반응은 의외였다. "난 한번도 그를 용서한 적이 없고, 지금도 용서하지 않습니다." 추석 때 여주 교도소로 동료 의원 면회를 갔다가 참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곳에 수감 중이던 이근안을 찾아간 것이 용서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났다고, 기억이 희미해진다고 모든 걸 용서하라고 하지 말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가해자는 목사가 되어 천국의 문 앞에 서있고, 정작 피해자는 용서를 하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