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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 10년… 美 폐쇄커녕 '인권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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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 10년… 美 폐쇄커녕 '인권 역주행'

입력
2012.01.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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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미군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술래이만 알나흐디는 벌써 서른일곱살이 됐다. 알카에다가 마련한 아프가니스탄 캠프에 참가했다가 2002년 6월 미군에 체포된 지 10년. 이미 5년 전 석방 결정이 내려졌지만 지금껏 갇혀 있다. 집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나흐디는 얼마 전 변호사에게 "영원히 갇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편지를 썼다.

미국 정부가 9ㆍ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를 수용하기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만든 지 11일로 10년이 됐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테러 혐의에 대한 증거나 법원의 판결 없이도 수용자를 마구잡이로 수감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수감자의 손발에 족쇄를 채우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와 성적 학대, 전기고문 등 인권유린 행위가 빈발해 폐쇄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하자마자 1년 안에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31일 서명한 국방수권법에 테러 용의자를 재판 없이 영구 구금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인권 단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오바마의 인권 역주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용소 10년에 즈음해 세계 각국에서는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1일 백악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가두행진을 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수형자 차림으로 시위했고 스페인에서는 대형 수형자 인형을 마드리드의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10일부터 3일 일정의 시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재소자들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휴게소에서 잠을 자고 연좌농성을 한다. 일부는 식사도 거부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관타나모수용소 수감자는 현재 171명인데 이들 중 테러 혐의로 정식 기소가 예정된 수감자는 36명이다. 예멘 출신 57명은 혐의가 약해 예멘으로 넘기기로 했지만 예멘의 정치 불안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 32명은 석방 또는 이감이 결정됐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를 견제하기 위해 2012년 말까지 수감자 이감을 미루도록 하면서 수용소에 갇혀 있다.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의 코리 크라이더 변호사는 "20대 초반에 잡혀온 사람이 이제 30대가 됐다"며 "수용소 폐쇄를 놓고 논쟁을 계속하는 사이에 어떤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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