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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석동 금융위원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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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석동 금융위원장께

입력
2012.01.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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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님, 론스타 문제가 또 한 해를 넘겼습니다. 론스타가 서울은행 인수전에서 하나은행에게 패한 뒤, 분루를 삼키며 외환은행을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 2002년말이니 돌아보면 벌써 9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 동안 강산도 바뀌고, 경제도 바뀌었습니다. 그 당시 국장, 과장이던 공무원들이 이제는 장ㆍ차관이 되었습니다. 감옥에 간 사람도 있고, 떼부자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9년의 세월은 산업자본 시비를 벌이던 론스타와 하나은행을 적대적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변모시켰고, 순한 양 같기만 하던 외환은행 직원들을 대규모 거리 집회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론스타가 신통한 재주를 부리며 몇 번의 위기를 넘기기는 했으나 이번 고비는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징후가 그것을 암시합니다.

첫째, 지난해 12월말 론스타의 대리인인 김앤장은 작년 3월 외환은행 주총의 무효를 다투는 재판에서 2007년 3월 하순에 있었던 감사원의 비공식 조사 기록의 공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2007년의 감사원 조사는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란에 기고했던 필자의 칼럼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니었습니까? 이 칼럼의 내용이 산업자본에는 은행 인수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론스타에게 절대로 유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이 이를 거론하는 것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감사원의 그 당시 실무자들을 연루시키겠다는 것 아닙니까? 론스타와 김앤장이 오죽 급했으면 이런 일을 시작하겠습니까?

둘째, 론스타가 이번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상황을 자기 뜻대로 정리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대검 수사기록과 경제개혁연대의 정보공개청구소송 승소는 작년 11월 이후 이 사건의 지렛대를 결정적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많은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이 길을 뚫는 것은 눈물과 땀의 작업이었지만, 지금 현재 이 길을 걷는 것은 하이킹에 불과합니다.

셋째, 금감원이 작년 12월 말에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산업자본 심사 중간보고서의 허물이 드러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점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허물을 덮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의 언제나 더 큰 허물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위원장님, 이제는 진정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이 문제는 법과 원칙에 의해 해결하지 않는 한 절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허물을 덮는 시도는 더 큰 허물을 만들 뿐이고, 부하들을 더 큰 곤경으로 몰아 넣을 뿐입니다. 조직의 논리에 의해 자신의 의사와 달리 금융감독의 원칙을 훼손할 수밖에 없었던 실무자의 입장은 그 누구보다 위원장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이제 본인이 그 서글픈 일을 또 다시 부하들에게 강요하려고 하십니까.

지금까지의 세월만큼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른 뒤, 그 사람들이 국가의 동량이 될 지, 허물을 뒤집어 쓴 퇴물로 전락할 지는 위원장님께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초라하게 비틀어진 금융감독의 원칙을 곧게 하기 위해 위원장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위원장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세 번의 정권이 다 하고 이제 곧 네 번째 정권이 들어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보시고, 아래 부하들을 보시고, 금융감독의 현주소를 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결단의 겨를은 언제나 위원장님 곁에 있습니다. 뒤늦게 새해 인사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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