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0일 미국 뉴햄프셔에서 열린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39.4%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하면서 롬니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대 경쟁자로 꼽힌 정통 보수 후보 뉴트 깅리치(9.4%) 전 하원의장과 릭 샌토럼(9.3%) 전 상원의원은 4, 5위로 밀려났다. 부동층이 증가하면서 독립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론 폴(22.8%) 하원의원과 존 헌츠먼(16.8%) 전 유타주지사가 2, 3위로 선전했다. 뉴햄프셔 경선을 포기한 릭 페리(0.7%) 텍사스 주지사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에선 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체 대의원 1,144명 가운데 12명을 선출했다.
텃밭서 완벽한 승리
뉴햄프셔는 매사추세츠에 접해 있고 롬니의 별장까지 있어 일찍부터 롬니의 텃밭으로 분류됐다. 롬니는 이날 오후 7시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2위를 큰 차이로 따돌린 뒤 마지막까지 1위를 내주지 않았다. 개표 30분 만에 승리 연설을 할 만큼 싱거운 경선이었고 4년 전 득표율 32%를 뛰어넘는 완벽한 승리였다. 뉴욕타임스는 독립성향 후보와 보수후보들이 반 롬니 연합 공격을 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표가 분산된 것이 롬니의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대세론 확산
롬니 대세론은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유일한 후보란 데서 출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뉴햄프셔가 롬니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대세론과 경제난 해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롬니 대세론의 마지막 관문은 21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음주의 기독교도가 다수인 이곳에서 롬니가 보수층의 추인을 받아 승리하면 공화당 경선은 조기 종결될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유권자들은 온건 성향, 모르몬교도 등의 이유를 들어 줄곧 롬니의 발목을 잡아왔다.
갈 곳 잃은 보수표
정통 보수 후보인 샌토럼은 롬니를 8표차로 따라 붙은 아이오와 돌풍 잇기에 실패했고 ‘베인 폭탄’을 터뜨리며 롬니 저격수로 나선 깅리치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채 추락했다. 페리는 뉴햄프셔를 아예 포기한 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들이 하위권으로 밀린 것은 아이오와와 달리 뉴햄프셔에서 이념문제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대거 무응답층으로 이동해 부동층이 한때 50%로 증가했다. 보수 후보 가운데 뚜렷한 단일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수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까지 계속 분열될 것으로 보인다.
폴의 선전, 헌츠먼의 버티기
폴은 전쟁반대, 해외 미군철수, 작은 정부, 마약류 일부 합법화 등 튀는 공약으로 젊은 층 표를 끌어 모아 1위보다 더 관심을 모은 2위가 됐다. 전문가들은 비록 폴의 인기가 높다 해도 공약이 공화당 지지를 얻기 어려워 그가 대선후보 지명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에 상승세가 확인되면서 8월말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경선을 계속할 모멘텀은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아이오와 코커스 기간에도 뉴햄프셔에서 유세했던 헌츠먼은 “이번 3위는 경선 승차권”이라며 경선 지속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기반 넓히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중도 포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과 동시에 치러진 뉴햄프셔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는 오바마가 반대자 없이 승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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