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의원에게 돈봉투를 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당시 30억~40억원 가까운 돈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자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가에선 전대 자금이 박 의장 개인 돈은 아닐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박 의장이나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모금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전대 자금의 출처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친이계의 '전폭적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 정부 초기였던 당시 친이계가 박 의장을 집중 지원한 만큼 이들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후원했거나, 적어도 '자금줄'을 연결시켜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친이계 핵심 의원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통해 박 의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돈을 돌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전대에 나섰던 정몽준 전 대표는 10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소위 한나라당 실세라는 분이 의원들을 불러서 '정몽준이 대표가 되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막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지시한 사람이) 이재오 의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이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17대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남은 '대선잔금'일 것이란 설도 나온다. 전대 시기가 2007년 12월 대선 이후 7개월여 뒤였던 만큼 대선을 치르고 남은 잔금이 흘러 들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친이계 의원들의 대선 활동비 중 남은 돈일 가능성도 있다.
친이계가 나서지 않았다면 박 의장이 직접 자금을 모았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캠프 조직상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가끔씩 캠프에 모여 상황을 점검했을 뿐 적극적인 캠프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박 의장은 소수의 인원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의장이 직접 자금 마련을 위해 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이 경우 박 의장은 당 대표 당선 시 당직 임명 등을 조건으로 정치권 인사나 기업인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방법을 동원했을 수 있다.
실제 당시 박 의장 캠프에선 기업인 A씨가 공식 직함을 갖고 선거를 돕기도 했다. 또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정만 의장정책수석, 이봉건 의장정무수석 등이 '핵심 3인방'으로 불리며 지근거리에서 박 의장의 선거를 도왔다.
2008년 전대 당시 박 후보 캠프는 대부분 친이계 의원들로 구성됐다. 최병국 의원이 좌장 역할을 했고, 안경률 의원은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정두언 진수희 차명진 백성운 정태근 의원 등은 공보와 전략을, 장광근 원유철 주호영 김정훈 김기현 의원 등은 지역 조직 등을 담당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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