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폐지된 군 가산점제 대체 성격으로 '군필자 공무원 채용목표제'도입을 검토하기로 하자 여성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뜨겁다. 과거 군 가산점제 폐지 및 부활 때 처럼 병역의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군 가산점제 재도입 무산에 대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제도가 6급 이하 공무원채용 시 2년 이상 군필자는 총점의 5%, 2년 미만은 3%의 가산점을 준 게 위헌이라는 군 가산점제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군필자 보상 방법으로 공무원 채용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반복해 내놓는 이유는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대지원금 지급 등 병역의무 이행자 다수가 누릴 수 있는 보상책을 논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병조 국방대 교수는 다른 입장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군복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 합격자의 최소 30%를 여성으로 채우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와 충돌하지 않게 제도를 시행한다면 최소한의 보상은 물론 군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 찬성
국가보훈처가 2012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군필자 공무원할당제'를 제안했다. 평소 한국사회에서 군 의무복무자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 표시가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작은 내용이지만 관심을 끌었다. 현대 전쟁에서 첨단무기와 전문직업 군인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하지만, 100만명이 넘는 북한군과 대치하는 한반도 분단 현실에서 징병제로 충원된 병사가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막대하다. 가깝게 연평도 포격사건을 상기했으면 한다. 죽음을 무릅쓴 병사들의 반격이 존재했기에 우리는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시는 말할 것도 없고 평시에도 군 복무는 힘들다.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복무 중에 부상이나 죽음에 직면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도발이나 침투가 주야간을 가리지 않기 에 업무와 훈련이 24시간 이어진다.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학업이나 취업준비에 큰 장애가 된다. 이들은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위안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이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나의 어려움을 기억해주겠지 하는 것이 이들이 갖는 작은 소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군복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는 마련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사회 일각에서는 군필자에게 이렇게 다그친다. '군복무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다. 신성한 군복무를 하는 데, 희생이니 보상이니 따지지 말라.', '당신들은 다수이고 사회적 강자에 속한다. 군필자를 우대하면 여성과 장애인이 희생된다.' 법리적으로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다수의 생각은 다르다. 위헌판결로 폐지된 군복무 가산점제 재도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남성의 80%이상 여성의 60%이상이 찬성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군필자에게 빚지고 있음을 공감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빚을 갚을 것인가. 방법은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군필자 공무원할당제가 그 중 하나다. 분명 이 제도는 군필자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단순한 취업지원 때문이라면 제도 도입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여성 그리고 군 미복무자 역시 취업에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이들 당사자와 곁에서 이들의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군필자 할당제가 또 다른 사회분열을 낳는다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군복무자가 국가안보를 지켜주기에 공무원 취업준비를 비롯해 안정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 아닌가. 군필자 할당제로 인해 군사기가 높아지고 국가안보가 확고히 보장된다면 국민경제가 보다 활성화되지 않겠는가. 이처럼 국민들이 군필자 할당제를 국가안보 유지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제도라고 이해한다면 이미 실행되고 있는 여성채용할당제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가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군필자 할당제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공무원에 적합한가 하는 관점에서 군필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현행 공무원 선발은 국어, 영어, 한국사와 기타 관련 과목에 대한 지식수준 우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공무를 담임하기에 필요한 지식수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대학입시에서도 성적 외에 다른 요소를 중시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낡은 선발방식이다. 군복무 과정에서 건전한 국가관은 물론이고 조직생활에 필요한 책임감, 인내심, 협동정신, 희생정신, 리더십이 길러지고 있다. 이는 사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을 중시해야 하는 공무원에 필수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군복무를 했다고 해서 공무원이 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국방부에서 할 일이 많다. 형식적인 군필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군필자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군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복무평가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군은 그 동안 경시되었다고 평가되는 인권존중, 법치의 중시, 소수자 포용, 성인지력 증진 등이 보완될 수 있도록 병영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군복무를 통해 민주주의사회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두루 익힐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군필자 공무원할당제는 국가 전체 발전에 기여하는 제도로 전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병조 국방대 안보정책학부 교수
● 반대
뜬금없이 그리고 끝없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강용석의원. 화를 내기도 헛웃음을 웃기도 민망한 수준의 고소고발을 계속 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특이한 인간군을 다루는 TV 프로에 '고소고발 집착남'으로 자청해 출연했다. 성희롱국회의원에서 고소고발을 열심히 하며 다소 개그가 넘치는 의원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노리고 있는데, 오직 바라는 것은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란다.
강용석의 행보만큼 '이번에 또 뭐야'라며 기가 막히는 심정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 나에게는 '군가산점제의 반복적 출현'이다. 1999년 위헌으로 결정 난 이후 거의 한해도 빠짐없이 어떤 때는 국회의원의 입법발의를 통해, 때로는 국방부, 병무청, 국가보훈처의 새 정책으로 거론되곤 했다.
이번에는 '군필자할당제'란 이름으로 변신까지 하고 나왔다. 군가산점제는 끊임없이 재등장할 만큼 타당한 제도가 아니다. 근본적 결함이 있다.
국가공동체에서 징병제 산하 군필자는 국가에 희생을 했지만 보호와 혜택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집단은 아니다. 남성의 50~60% 수준의 낮은 임금,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취업형태와 성차별이 심한 취업기회로 임금시장에서 약자로 꼽히는 여성과 설명이 필요 없는 장애인의 취업기회를 뺏어 군필자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제도가 군필자 할당제이다. 이번에 제안된 군필자에게 2.5% 가산점을 부여하고 그 수를 20%로 제한하는 할당제를 적용하면 7급이나 9급 공무원의 경우 여성비율은 10%이상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장애인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군가산점제는 제대 군인의 1% 정도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군필자 모두가 공무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에게 한정되는 보상을 위해 사회의 약자를 억압하는 위헌성이 명백한 제도이다.
무엇보다도 군가산점제는 지난 십 여 년 군필자 보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방해해왔다. 군필자 보상은 군가산점제에 대한 남성들의 목마름을 여성계가 반대해서 채우지 못한다는 식으로만 그려져 왔다. 군가산점제에 집착하는 되돌이표식의 정책제안과 반복되는 갈등 때문에 징병군인의 다수가 누릴 수 있는 보상책, 예를 들어 징병군인의 임금향상, 군필자 국민연금 혜택, 제대지원금 지급 등 무엇 하나 비중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 징병제를 실시하던 스웨덴에서 징병경험이 삶과 경력의 좋은 기회로 여겨졌듯이 희생의 양과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징병제 운용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는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국방부나 국회의원들이 이 제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제도를 실시하는데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군가산점제 이야기만 나오면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군필자로 가득한 언론의 관심을 뜨겁게 받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은 소리를 하거나 약간의 수정안만 제시해도 새로운 논란거리라며 언론은 크게 보도하고 사회적 갈등은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불 지펴진다. 그리고 다수의 군필자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을 옹호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나쁠 것이 없다.
강용석의원은 박원순 당시 시장후보의 딸까지 들추며 공격해 후보에 대한 인격적 불신과 혐오를 조장했다. 군가산점제는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여성을 혐오할 명분과 이유를 일 년에 한 두 번씩 제공하려는 무슨 음모의 도구가 된 느낌이다. 매해 여성들은 군대도 안가면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이미지화되고, 많은 징병군인 관계자들은 감정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기회를 꼭 가지게 된다. 국가기관이나 국회의원이 주도해 이런 식의 사회갈등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모습은 정상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보인다.
강용석의원의 무수한 고소고발은 자기의 국회의원유지를 위한 방략이기 때문에 늘 처량하고 공허하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를 위해서 왜 강용석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명분이 설 수 없기에 더 그러하다. 군가산점제도도 마찬가지다. 군제대자를 진정성 있게 보상하고 희생의 양을 줄이려는 의도가 빠져있다. 군가산점제만 나오면 군필자들의 감정이 동요한다는 사실에 편승해서 만들어진 잔꾀에 흔들리는 사회가 안타깝다.
권인숙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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