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파동으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습니다. 특히 한우보다 값이 훨씬 더 폭락한 육우 사육농가의 사정이 심각합니다. 일부 농가에선 육우 사육을 포기해 송아지가 굶어 죽게 둔 비극적인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육우 송아지 가격이 추락한 이유는 육우 소비가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우의 경우 꾸준한 수요가 있는 반면 육우는 대형마트에서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에 육우를 팔았지만 '육우=젖소'라는 인식이 그대로여서 판매가 잘 안 돼 아예 철수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축산업계 역시 그 동안 수입산에 맞서 한우 홍보와 소비 촉진 운동은 벌였지만 육우 홍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하지만 꼭 짚어둘게 있습니다. 육우는 젖소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홀스타인종(얼룩소) 암소가 암송아지를 낳으면 목장에서 우유생산을 목적으로 젖소로 키워집니다. 하지만 숫송아지를 낳으면 고기를 목적으로 한우처럼 사료를 먹여 키우는데, 이것을 육우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육우는 누렁소가 아니라 얼룩소일 뿐, 키우는 과정은 한우와 같은 것이지요. 한우(약 30개월)보다 빠른 생후 20개월 정도에 도축되기 때문에 실제로 먹어 보면 육질이 좋고 부드럽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 육우 전문 인터넷 쇼핑몰 A사의 경우, 육우 생등심을 100g에 3,200원 꼴로 팔고 있습니다. 반면 한 대형마트에선 ▦미국산 냉장 등심 초이스등급 100g이 4,880원 ▦냉장 한우 등심 1등급은 5,200원 ▦한우 등심 2등급은 3,7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지요. A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대부분 육우를 꺼리지만 일단 먹어보면 맛이 좋아 대부분 단골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얼룩소가 암송아지만 골라 낳지 않는 이상 육우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정부와 사육농가들도 소값파동 방지와 물가안정을 위해 값비싼 고급 브랜드 한우육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육우소비 촉진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공신력 높은 대형마트들이 육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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