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욕망, 그 끝을 볼 수 있을까. 언어를 탈각한다면 이 시대의 성욕과 물욕은 더욱 적나라하지 않을까.
성(性)과 식(食)은 일상의 악순환을 상징한다. 박명숙댄스시어터가 'Sex and Food'라는 부제를 달고 공연하는 '윤무(A Circle Dance)'는 일상에 내재된 섹스의 코드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풀어낸다. 온갖 계층의 남녀 10명이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순서대로 파트너를 바꾸며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 받다 헤어진다.
무대는 성욕이 전부인 듯한 이들을 규제하는 사회성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는 이해 관계, 사회 규율 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순진한 아가씨, 사무실 여직원 등 갖가지 계층과 유형의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은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거짓으로 귀결된다.
기본적으로 2인무로 전개되는 10개의 상황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내면의 심리 정황이다. 연극적 줄거리와 상징적 영상이 무대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무용수들의 동작은 느림과 격렬함을 오가며 일상의 무료함과 위선을 그려낸다. 섹스 코미디라는 깃발을 달고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됐던 아더 슈니츨러의 희곡 '라 롱드(윤무)'를 무용으로 옮긴, 일종의 무용극이다. 창녀, 병사, 하녀, 젊은 남자, 유부녀 등 원작에 등장하는 10가지 캐릭터가 몸의 언어를 빌려 현대 소비사회 속의 군상을 더욱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2011년 초연 당시 평론가 심정숙씨는 "몸 동작을 통한 즉흥성을 바탕으로 욕망, 무의식, 존재성 등의 주제를 섬세한 앙상블로 그려낸다"고 평했다. 신화의 모티브에서 광고까지 남녀 관계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28일~2월 5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961-0540
섹스만큼 현대인을 강박하는 욕구는 물욕이다. 현대무용단 탐의 '비밀의 변주'는 물욕에 눈 멀어 보석상을 터는 세 여인의 욕망을 60분간의 드라마로 풀어낸다. 다이아몬드를 훔친 그들이 배신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대에는 이 시대 여성의 욕망이 광희와 죽음의 몸짓으로 치환된다.
2007년 초연 당시는 군무가 중심이었지만 이번은 솔로, 듀엣, 트리오 등으로 정제돼 있다. 익숙한 클래식, 현대적 기타 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 추상적 이미지가 결합한다. 줄거리에 따른 무용수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는 대사 이상의 것을 말해준다. 28일 서강대메리홀. (02)3277-258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