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9일 중국 당국의 우호적인 환대를 받으며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측은 지난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요청한 것이 자신들의 불응으로 불발된 것을 의식한 듯 "올해 처음으로 맞는 국빈"이라고 강조하며 이 대통령을 환대했다. 하지만 전화 통화 불발 건은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이번 국빈 방문 일정이 이틀로 잡혔지만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자신이 국빈 만찬 외 별도 만찬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요청해 하루가 더 연장됐다"며 "중국이 이 대통령의 방문에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상 회담에서 나온 후 주석의 발언도 한국 입장을 배려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 후 주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올해 첫 국빈 중국 방문이며,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며 "이번 방문으로 중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올해 첫 해외 방문"이라고 화답한 뒤 "양국은 20년 전 수교 이래 모든 분야에서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우리 정부의 대처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신년사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차분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효과적 조치'를 희망한 데 대해 후 주석이 중국 어민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강조하며 비교적 소상하게 답변한 데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또 중국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연금, 의료, 산재, 실업, 출산 등 다섯 가지 분야의 사회보험법과 관련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이중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우리 측 요청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6번째이고, 후 주석과의 회담은 9번째다.
베이징=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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