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이 앙심을 품고 처형 집 앞에 불을 질렀다가 오히려 자기만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9일 별거 중인 아내를 내놓으라며 처형 집에 불을 지르고 사제폭탄을 터뜨린(폭발물 사용 등) 혐의로 박모(4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8일 오후 11시 56분쯤 성북구 보문동 자신의 처형 이모(45)씨의 3층 집 문에 등유로 불을 지르고 23cm짜리 원통형 사제폭탄 2개를 터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은 3층 복도를 태우고 5분 만에 진화됐다. 이씨 일가족 4명은 박씨가 20여분간 초인종을 누르며 "다 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하자 미리 소방서에 신고했고 진화될 때까지 문을 잠그고 있어 인명피해를 입지 않았다. 박씨의 부인(43)은 화재 당시 집안에 없었다.
하지만 사단은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 처형 이씨의 집은 주상복합으로 된 5층 건물 중 3층으로 화재가 나자마자 불길이 3층 복도와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그러자 박씨는 불길을 피해 5층으로 올라갔으나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잠겨 있었다. 결국 박씨는 불이 난 나이론 소재의 복도 카페트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 옥상 문 앞에서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이씨 가족의 신고 덕분에 소방차는 화재 발생 3분 만에 현장에 출동, 박씨를 발견했다.
성북소방서 관계자는 "유독가스는 5분 이상 마시면 뇌와 신경조직에 치명적인데, 박씨는 화재 발생 후 약 4분 만에 구출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몇 년 전 아내와 헤어지고 나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며 처형 집에 여러 차례 찾아가 "처형이 이혼을 부추겼다. 아내를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두 달 전 인터넷에서 엽총 탄환을 구입, 여기서 뽑아낸 화약을 종이 파이프에 넣어 23㎝ 짜리 원통형 사제폭탄을 만들어 범행에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은 사제폭탄에는 쇠구슬도 들어 있어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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