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을 쳐도 그 때뿐, 외출했다 들어와보면 어느 새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니까요.""밥을 먹을 때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걸 보고 경악했어요. 정말 중독이란 게 무섭구나 깨달았죠."
겨울방학을 맞은 학부모들은 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새삼 고민에 빠진다.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이해하고 싶어도, 게임에 빠져 밥 먹는 것도 잊고 볼일까지 참는 것을 보면 내 아이가 게임중독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의 불안감은 더 크다. "그만 좀 해라"고 다그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부모들을 위해 <게임중독 벗어나기> 의 저자인 서울 풍성중 권재원 교사의 도움말을 토대로 게임중독 치료법을 소개한다. 게임중독>
직접 게임 해보고 선별하라
"게임은 적당히 하면 약, 지나치면 독"이란 말이 딱이다. 권 교사는 흔히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기준으로 게임의 유해성을 가르지만 게임의 가장 큰 악(惡)은 중독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애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조금이라도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은 안 하려고 들어요. 지적인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해도 큰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에 빠져들죠. 폭력적인 게임 역시 아이들은 오히려 금방 질려 합니다."
중독을 부추기는 게임은 레벨, 아이템, 캐시 등 단계마다 업적을 설계해 꾸준한 성취를 주는 게임이다. 권 교사는 이를 '보상강화형 게임'이라고 일컫는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계기가 된 '메이플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에선 '몬스터'를 사냥하면 점수와 경험치가 올라가고, 경험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레벨이 오르고 경험치는 다시 제로가 돼 게임에 몰두하는 게 반복된다. 즉 얼마나 오래 게임을 하느냐가 레벨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클릭 노가다'로 통한다.
권 교사는 "메이플 스토리의 캐릭터는 폭력성, 선정성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부모들은 게임의 이미지만 보고 유해하지 않다고 무사통과시키는 데 이게 바로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모가 직접 아이들이 즐겨 하는 게임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 단순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론 중독성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중독을 부추기는 게임은 아닌지 선별하는 것이 게임중독을 막는 첫걸음이다.
게임 안 하는 날 약속하기
부모들은 아이들의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게임 이용시간을 규칙으로 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규칙을 정할 때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는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을 정확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을 하지 않기로 정한 요일과 시간에는 아무리 심심하고 할 일이 없더라도 게임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속은 정했지만 예외적인 상황이 많아져 결국 유야무야 되기 일쑤다.
예를 들어 수요일에 컴퓨터를 한 시간 하기로 약속한 아이라면 토요일 친척집을 방문해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수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은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규칙을 정했다면 아이는 적어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하지만 자꾸 예외를 허용하면 아이 역시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규칙을 무시해버리게 된다. 게임 하지 않는 날을 구체적으로 정했다면, 부모부터 엄격하게 지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게임금식으로 벌칙 주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벌칙으로 '게임금식'을 추천한다. 약속을 어기고 게임을 했을 때 일주일 동안 게임을 끊게 하는 것이다. 약속을 또 다시 깨트렸을 경우엔 벌칙의 기간을 2배로 늘려 나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인식하게 한다. 물론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거나, 선물을 해주면 좋다. 칭찬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다른 집 아이들은 엄마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데 우리 아들은 엄마를 위해 절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구나"라고 말해 아이의 옳은 행동을 인정해주고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이다. 권 교사는 이 밖에도 게임 이외에 몰입할 수 있는 스포츠 등 놀이 함께하기 등을 추천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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