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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스' 그 이후의 이야기 '원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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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스' 그 이후의 이야기 '원스 어게인'

입력
2012.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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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박하게 만들어졌지만 반향은 컸다. 조심스레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음악으로 소통하던 남녀의 아름다운 사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 OST는 미국에서만 70만장이 팔렸다. 주제곡 'Falling Slowly'로 두 사람은 200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주제가상까지 함께 거머쥐었다.

'그'와 '그녀'를 각각 연기했던 뮤지션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영화 속에선 결실 맺지 못한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기까지 한다. 실제 연인이 되었고, 인생 반려를 맹세하는 사이가 됐다. '스웰 시즌'이란 듀엣을 결성해 세계를 주유하는 음악 동지가 되기도 했다. 숱한 화제를 낳은 영화 '원스'(2007)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로 영화 같은 사랑을 이뤄낸 두 사람은 과연 어떤 삶을 이어갈까. '원스 어게인'은 '원스' 이후 한사드와 이글로바가 스크린 밖에서 만들어낸 실제 삶의 궤적을 좇는다.

영화의 초반부 한사드의 어머니는 들뜬 표정을 짓는다. '과연 오스카를 수상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삶은 어떨까.' 하나 벼락 스타가 돼버린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보는 노모의 눈길만큼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2년 동안 이어지는 세계 순회 공연 와중에 한사드와 이글로바 사이엔 균열이 일어난다. 음악적 성공에 목말랐던 한사드는 긍정적으로 매 공연에 임하려 하나, 틀에 박힌 공연에 지친 이글로바는 "스타 놀이 같은 거 적응이 안돼요"라며 얼굴을 잔뜩 구기기 일쑤다. 현실을 바라보는 둘의 상반된 시선은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고 두 사람은 돈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기까지 한다.

영화는 시종 흑백으로, 묵묵히 두 사람의 험난한 감정의 여정을 따라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떠들썩한 팬들의 환호가 떠난 무대 뒤의 삶과 사랑은 결코 총천연색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영화는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한사드와 이글로바가 '원스'에서 처음 입을 맞췄던 노래 'Falling Slowly'는 '나는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을 원합니다'(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를 잘 몰랐을 때 더 간절한 것인지 모른다. 너무 잘아는 사이가 된 뒤 관계가 뒤틀리는 두 사람, 그들에게 변함 없는 것은 그저 노래뿐이다. 사랑은 빛 바래고, 삶은 퇴락해도 그들의 노래는 계속된다. 카메라는 그 안타까운 진실을 목도하며 가슴을 울린다. 대중의 환상을 깨지만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다.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크리스 답킨스, 닉 어거스트 페르나가 공동 연출했다. 원제 'The Swell Season'.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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