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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요구에 英총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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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요구에 英총리 '승부수'

입력
2012.01.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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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에 직면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승부수를 던졌다. 친독립 성향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하려면 18개월 안에 신속히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영국 언론은 캐머런 총리의 요구를 연합왕국(United Kingdom)을 걸고 벌이는 정치적 도박으로 표현했다.

9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이번 주 중 알렉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제1장관(자치정부 총리격)에게 서한을 보내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단 "국민투표를 늦어도 내년 중반까지 실시해야 하며 그 이후 치러지는 국민투표 결과는 참고만 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로 했다.

언뜻 보면 독립을 용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해 독립 추진에 따르는 불확실성과 부작용을 조기에 제거하려는 역공으로 풀이된다.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합친 연합왕국인 영국으로서는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스코틀랜드의 이탈을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면적이 한반도보다 작은 16만6,000㎢로 줄고 경제 규모는 스페인 수준으로 전락해 국력 추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분리독립파인 샐먼드 제1장관은 그 동안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2014년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배넉번 전투는 1314년 로버트 브루스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군이 잉글랜드군 최후 요새 스털링에서 에드워드 2세를 격파한 전투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존모델 윌리엄 월레스가 잉글랜드에 패해 처형당한 지 9년 만에 스코틀랜드가 거둔 압승이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나름의 시간표를 준비해 차근차근 독립을 준비하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또 캐머런 총리는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참에 독립 문제에 쐐기를 박아, 지금 바로 추진할 게 아니라면 앞으로 아예 말을 꺼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강수를 두는 배경은 또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스코틀랜드 인구 중 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이 32%로 나타나 현재대로라면 부결이 확실하다. 그러나 캐머런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정책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반대여론 탓에, 독립 찬성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 국민투표를 일찍 실시할수록 부결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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