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여자탁구는 '중국열풍'이 거세다. 한국도 귀화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만리장성의 벽 안에 점차 갇히고 있다. 국내 선수들은 수비형 탁구만이 세계경쟁력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러나 '탁구영재'의 옷을 벗고 당당히 성인무대에 도전하는 양하은(18ㆍ대한항공)이 한 줄기 서광을 밝히고 있다. 8일 끝난 2012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서 양하은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당예서(대한항공)를 3-2로 제압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탁구의 진정한 차세대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해서 양하은은 귀화선수들과의 런던올림픽 티켓 경쟁을 이겨내야만 한다.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올림픽
오는 2월 흥진고를 졸업하는 양하은은 성인무대에 서게 됐다. 이미 그는 12월 초에 대한항공 선수단에 합류해 실업팀 경기를 치르고 있다. 양하은은 실업무대 첫 대회인 MBC 탁구최강전에서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태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는 "실업팀에 오니 '이제 어리다고 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제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며 "생활패턴이 바뀌긴 했지만 오히려 심리적으로 편해진 느낌"이라며 한층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양하은은 2012 상비군 선발전에서 석하정(대한항공), 당예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당예서와 첫 맞대결전 승리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그는 "당예서 언니와의 대결은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실력과 심리적인 부분에서 석하정, 당예서보다 떨어진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양하은은 석하정, 당예서와 남은 1장의 올림픽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에선 21위인 양하은(2,488점)이 가장 앞선다. '귀화선수 3인방'인 전지희(포스코파워ㆍ25위 2,434점), 석하정(27위 2423점), 당예서 (51위 2,273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앞으로 런던올림픽까지 10개 이상의 오픈대회가 남아있어 순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양하은은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입장. 그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제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을 따는 목표만 남았다. 올림픽이 꿈의 무대이긴 하지만 실력이 좋은 사람이 나가야 한다"며 "올림픽보다 당장의 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겠다. 앞으로 6개월이나 남았다. 그 동안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언니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이답지 않은 의연한 태도를 드러냈다.
유남규도 지원사격
양하은이 국내 1인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포핸드 공격을 보완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까지 양하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양하은의 어머니 김인순 여자대표팀 코치는 "포핸드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유남규 감독도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실력 향상이 먼저이기 때문에 1월 오픈대회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무게감을 인지할 정도로 성숙한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만약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어떻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올림픽을 나간다고 해서 마냥 좋을 것 같지만은 않아요. 설렘도 있겠지만 부담감이 더 클 듯 해요"라고 답했다. 빠른 템포의 공격이 장점인 양하은은 최근 공에 힘을 싣는 법을 서서히 익혀나가고 있다. 파워 보강을 위해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웨이트도 하고 있다고. 그는 "강하게 잘 치는 것보다 이제는 상대에게 까다로운 플레이를 하면서 저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까지 어린 나이에 한국탁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감이 컸던 양하은의 새해 첫 번째 소원은 "덜 힘들게 해주세요"였다. 다른 한편으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오기를 발동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던 그 동안의 부담감과 땀방울이 올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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