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연곡은 비틀즈 ‘오브라디 오브라다’ 포함해 모두 7곡 입니다. 각자 맡은 부분은 열심히 연습해주세요. 조금 있다가 함중아의‘내게도 사랑이’부터 한 번 맞춰볼게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2가 10층 빌딩 옥상 한 켠에 위치한 주부밴드 ‘오아시스’의 연습실. 드럼을 맡고 있는 임윤하(48)씨가 올해 첫 연습을 위해 만난 멤버들에게 악보를 나눠주자 기타 함정선(40), 보컬 정혜란(40), 베이스 박연식(52), 키보드 곽신옥(46) 씨 등 멤버들이 다부진 표정으로 연습에 돌입했다. 2007년 결성된‘오아시스’의 올해 첫 연습은 매서운 겨울바람 추위도 녹일 만큼 열정적이었다.
2006년 서울 목동의 한 음악학원에 다니던 임씨와 박씨가 의기투합한 게 밴드 의 시발점이었다.“그때 기타를 배우러 음악학원을 다녔어요. 거기서 언니(박씨)도 만났죠. 어느 날 학원 강사가 우리한테 ‘주부밴드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길래 흥미로울 것 같아 시작했어요. 그런데 밴드가 몇 달 뒤 해체됐죠. 결국 직접 꾸려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지하철역에서 멤버모집 전단지 돌리다 쫓겨나기도 했죠. 그래도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임씨 말이다. 지쳐 있던 삶에 음악이 새 인생을 찾아준다는 의미에서 밴드 이름을 ‘오아시스’로 정했다.
연습은 매주 토요일을 원칙으로 한다. 멤버들 집이 양천 구로 등 연습실에서 가까운 곳도 있지만, 경기 화성시와 남양주시 등도 있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도 신경 써야 하는 주부입장도 고려됐다. 박씨는 “연습실에 오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 했다. “제가 원래 성격이 상당히 내성적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대요. 남편과 아이들도 처음부터 응원해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제 편이에요. 남편은 휴일에 차로 악기도 실어다 주고 그래요.”
밴드는 지금까지 40회 넘게 공연을 했다. 그 중에는 2008년 여름 부산자갈치축제에 모인 수만 명 앞에서 펼친 공연과 매년 대전의 한 재활원에서 두세 차례 했던 자선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대학시절 피아노를 전공한 곽씨는 “다른 공연과 비교해 재활원 공연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점차 밴드와 재활원생들이 하나됨을 느꼈다”며“음식 등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자선공연은 자비가 들긴해도 보람이 커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밴드는 매년 수 차례 진행하던 정기 자선공연 외 별도 자선공연도 올해부터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들은 많은 다른 주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 엄마’로 불리기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결혼과 출산 등으로 포기한 일을 지금이라도 시작해보라는 것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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