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정유), 카페베네(커피), 사람인HR(취업포털)….
올해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다. 임진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규모 면에서 작년(4조원대)과 비슷하지만, 업종이 무척 다양해졌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5월 이후 '대어(大漁)'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은 70여 곳. 이 중 가장 큰 기대주는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중공업이 지분 91%를 갖고 있고, 작년 3분기 기준 13조6,706억원의 매출과 2,1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예상 공모자금은 2조원 정도로, 2010년 5월 삼성생명(4조8,88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다 업황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한 LG실트론과 CJ헬로비전도 공모 규모가 각각 5,000억원, 3,000억원에 이르는 준대어급. 미래에셋생명도 작년 8월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알짜 회사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를 비롯해 취업포털 '사람인'을 운영하는 사람인HR, 온라인 결혼컨설팅업체 아이웨딩네트웍스, 의ㆍ치ㆍ약학대학원 전문 입시학원인 PMD아카데미 등이 눈에 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모주가 무조건 돈이 되는 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75개 종목 중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종목은 34개(45%ㆍ5일 기준)에 불과하다.
공모 청약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공모가가 적정 수준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이때 기업실적과 업종 전망을 동시에 근거로 삼아야 한다. 안호정 우리투자증권 IPO팀장은 "매출과 순이익 등 실적이 기업의 옛날 발자국이라면, 업황 분위기는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이라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YG엔터테인먼트는 청약 당시 싼 공모가(3만4,000원)와 긍정적 미래 전망(한류열풍의 지속)이 맞물리면서 5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공모가보다 120% 넘게 뛰었으니 투자자들에겐 황금알이 된 셈이다. 반면 골프존은 국내 스크린 골프 1위 업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골프산업 불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가치 대비 공모가(8만5,000원)가 높게 책정된 탓에 현재 주가가 4만5,000~5만원 선에 머물러 있다.
장외 시세는 신봉하지 말고, 참고만 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주완 대우증권 IPO부 팀장은 "장외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적은 물량으로도 크게 출렁인다"며 "특히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주가에 거품이 심하므로 장외 시세를 투자의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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