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숨진 18세 청년이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5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올해 들어 인체조직기증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6일 사단법인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귀한 생명 나눔을 실천한 주인공은 황지권(18)군이다. 황군은 부모와 함께 10년전 호주로 이민을 갔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11월 20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10년만에 다시 찾은 고국이었지만 그는 12월 23일 새벽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 구조개선 공사가 한창이던 서울 양화대교를 걸어가던 중 10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황군은 머리, 허리, 늑골에 골절상을 입어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3일 오후 4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가족들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을 기려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장기 파열로 기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체조직기증은 사망 후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이 이를 택했다.
인체조직은 장애나 질병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피부, 뼈,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 판막 등을 말한다. 특히 피부는 화상 환자의 치료에 매우 요긴하게 사용된다.
고인을 돌봤던 한강성심병원의 민해란 간호사는 "고인의 아름답고 숭고한 생명나눔을 통해 80% 가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체조직 기증률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