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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국방전략 어떤 내용 담겼나

입력
2012.01.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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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5일(현지시간) 연출됐다. 그가 손에 쥔 것은 ‘21세기 국방우선순위’란 제목의 신국방전략. 미국의 군사전략이자 세계전략인 8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미국의 영향력과 리더십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고민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새 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상군 병력을 축소하되,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전력을 증강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을 겨냥해 태평양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오바마 독트린의 국방부 판인 셈이다.

새 전략에 따라 정규군은 기존 57만명 가운데 향후 10년간 5만~10만명이 줄어든다. 유럽과 중동 주둔 지상군과 해병대가 주요 축소 대상이다. 이 기간 국방비는 최소 4,500억달러가 감축돼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나 항공모함 11척을 감축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해군과 공군력, 정보전력은 강화해 병력 공백을 상쇄한다는 계산이다.

냉전 이후 이어온 ‘2개 동시 전쟁 전략’은 폐기됐다. 새 전략은 이와 관련해 ‘장기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안정화 작전을 위한 군사력을 유지하지 않겠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 지역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기회주의적인 적의 목적을 거부(denying)하거나, 적에게 감당키 어려운 희생을 부과하는 능력은 갖추겠다고 밝혔다. 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장기 전쟁을, 다른 지역에서는 소규모 단기전을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새 전략은 이를 위해 군의 유연성을 높여 분쟁지역에 즉각 투입하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미군 유연성 확대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럼스펠드가 웃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전략은 아태지역에서 세력균형(rebalance), 다시 말해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새 전략은 또 중국과 이란이 비대칭 수단으로 반발할 것이라며, 중국을 잠재적국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에서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해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능동적 역할까지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맹국의 방위분담과 관련해 새 전략은 ‘자원의 감소는 동맹국 지원 유지를 위해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해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비용분담(burden-sharing)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미 지상군의 투입 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로 해결된 리비아 사태를 성공적인 예로 제시했다.

방위분담의 첫 대상은 NATO 동맹국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화당은 새 전략에 대해 “미군이 세계에서 퇴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일부에서는 “유럽 전문가들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군국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신국방전략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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