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입적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을 지낸 가산당 지관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린 6일 경남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에는 서설(瑞雪)이 흩날렸다. 조계종의 대표적인 학승(學僧)이었던 지관 스님은 눈과 함께 한 떨기 불꽃으로 변했다.
다비식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님과 신도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다비장에서는 지관 스님에게 배웠던 승원 스님(백련사 주지)이 "큰 스님 불 들어 갑니다"라며 "거화(擧火)"를 외치자 25명의 스님이 연화대에 불을 댕겼다. 연꽃으로 뒤덮인 높이 3m, 지름 4m의 연화대에 놓인 지관 스님의 법구(法軀)가 순식간에 불에 휩싸였다. 지관 스님이 연화세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추모객들은 '스님의 가르침이 불길 속에서 연꽃이 되어 다시 피어나라'는 의미로 '화중연생(火中蓮生)'을 독송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습골(拾骨)과 사리 수습은 7일 오전에 할 예정이다.
다비식에 앞서 오전 11시에 열린 영결식에는 법전 종정, 보선 종회의장, 자승 총무원장 등이 참여했다. 영결식은 명종5타(다섯 번 타종)를 시작으로 삼귀의,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의 행장 소개, 추도 입정 및 육성 법문, 종정 법전 스님 법어, 총무원장 자승 스님 영결사,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추도사, 호계원장 법등 스님과 금산사 주지 원행 스님의 조사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장에는 일한불교교류협회 이사장 니시오카 료오코 스님과 대만 불광산사주지 심베이, 태고종 부원장 청봉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무원 스님이 참석했다. 정계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 한나라당 권영세ㆍ주호영ㆍ최병국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조의문에서 "지관 스님이 생전에 보여주신 화합과 평화의 정신이 사바세계에 널리 구현되기를 기원한다"고 고인을 기렸다. 최 장관은 지관 스님 영전에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올렸다.
종정 법전 스님은 영결 법어에서 ""비록 오고 감이 없고 생몰(生沒)이 없다지만 종사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게 보인다"며 "이제 자애로운 진용(眞容)과 사자후(獅子吼)를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라고 애도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영결사에서 "스님이 사바로 돌아오시어 한 중생도 남김 없이 제도하실 그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릴 것"이라며 "속히 환도중생하시어 지혜의 보장을 다시 열어 달라"고 기원했다.
1932년 경북 영일에서 출생한 지관 스님은 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합천 해인사 주지, 동국대 총장, 조계종 총무원장(2005~2009년) 등을 역임했다. 불교대백과사전인 을 펴냈고, 한국 고승들의 행적을 밝힌 , 한국불교학연구자 100인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도 출간했다.
합천=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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