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최근 발표된 보고서들을 인용해 “미국의 계층간 이동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오히려 낮다”고 보도했다.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가고 대학을 못 나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의 고리는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마르쿠스 잔티 스웨덴 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5%의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같은 소득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은 42%였다.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알려진 덴마크(25%)나 영국(30%) 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이 아이가 나중에 상위 5%에 진입하는 경우는 8%에 그쳤다. 덴마크는 14%, 영국은 12%였다.
같은 북미권인 캐나다와 비교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확률은 적었다. 마일스 코라크 오타와대 교수는 소득 하위 10%인 가정의 자녀가 성인이 돼도 같은 수준에 속할 비율은 미국이 22%, 캐나다가 16%라고 밝혔다. 상위 10% 가정의 아이가 계속 그 계층에 머무를 확률도 미국 26%, 캐나다 18%였다.
유럽과 북미 9개 국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조사한 코라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노르웨이 핀란드가 상위권이고 미국 영국은 최하위권이었다.
미국에서 계층 간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에는 가난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반면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교육 수준을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라크 교수는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집안 배경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을 흔들 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보수진영은 빈부격차가 크다는 진보진영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사회”라고 반박해 왔다. NYT는 “최근의 연구들로 진보와 보수의 싸움에 결론이 내려졌다”며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공평하지도 기회가 많은 나라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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