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행정민원 생기면 서류 싸 들고 평택에서 수원까지 오라는 얘기냐."
지난해 12월 1일 전국의 항만배후단지 중 처음으로 평택항 배후단지 관리ㆍ운영 업무가 경기도로 이관된 뒤 입주기업들 사이에서는 터져 나오는 불만이다. 다른 항만들은 국가 사무인 배후단지 민원은 지척에 있는 국토해양부 산하 지방해양항만청이나 항만공사가 처리한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청은 평택항에서 약 48㎞ 떨어져 정체가 안 돼도 차량으로 1시간이 걸린다. 인ㆍ허가 등 행정민원의 특성상 서류 보완과 협의 등을 위해선 수 차례 이 먼 길을 오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졌을까.
5일 경기도와 평택시, 평택지방해양항만청 등에 따르면 평택항 배후단지 관리ㆍ운영권이 평택항만청에서 경기도로 넘어온 이유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택항 활성화를 위해 제조ㆍ유통ㆍ물류기업 등이 입주할 배후단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도는 2005년 12월 국토해양부와 1단계 배후단지(142만9,000㎡)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도가 410억원, 평택시가 100억원,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275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항만을 관리하는 국토해양부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 배후단지를 처음 만든 것이다. 단지 조성공사는 지난해 7월 말 완료돼 현재 12개 기업이 입주했고, 23만8,000㎡는 미임대 상태다.
도는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데 평택항만청에 배후단지를 운영할 특별회계가 없어 문제가 생겼다. 일반회계로 임대료를 세입으로 잡으면 국고로 환수돼 투자비 회수가 용이치 않다.
예산이 없어 항만청이 투자비용을 한번에 갚기도 어려웠는데 평택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도는 관리ㆍ운영권을 요청했다. 협의 끝에 평택항만청은 도에 입주허가 및 변경, 건축허가 등 14개 행정업무를 위탁하고, 출입증 발급 및 시설관리 등은 도 산하기관인 경기평택항만공사가 맡게 됐다.
하지만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평택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타 배후단지와는 다른 특별한 상황"이라며 "시 사무인 전기나 상ㆍ하수도, 쓰레기, 가스, 제설작업 등 온갖 자질구레한 민원을 광역지자체인 도가 잘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려가 쏟아지자 도는 부랴부랴 직원 2명을 평택항에 상주시키기 위해 조직담당 부서에 인원 확충을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민원인이 도청까지 올 필요 없이 평택항만공사에서 접수하면 공사에서 도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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