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은 작년 1년 내내 싸웠다. 스마트폰(갤럭시S2와 아이폰4S), 태블릿PC(갤럭시탭과 아이패드)를 놓고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인 시장의 싸움도 뜨거웠지만, 시장 밖 법정에서 벌어진 특허공방은 훨씬 더 치열했다.
양 사가 벌이는 세기의 특허전쟁은 2012년에도 계속될 전망. 지난해까지 법정공방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중심으로 한 '예선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안 소송이 시작돼 사실상 '본선'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특허전쟁의 시작은 작년 4월, 포문은 애플이 먼저 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S가 아이폰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미국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 이를 신호탄으로 양 사는 감정싸움까지 펼치며 극단으로 향했다.
현재까지 양 사의 전세는 호각지세. 특허전쟁 초반 우세했던 애플의 기세가 삼성전자의 반격과 함께 누그러지면서 양 사 전적은 현재 4승4패로 균형을 맞춘 상태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세대(G) 통신기술 특허침해와 관련된 본안 소송(독일 만하임) 2건과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탈리아 밀라노) 결과가 나올 1월이 최대 분수령이다.
특허침해 여부를 결정짓는 본안 소송은 단순한 판매금지 차원의 가처분 소송과는 파급력 자체가 다르다. 이 판결 여부에 따라선 어느 한쪽의 기세가 완전히 꺾일 수 있다.
올해 중순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심리도 시작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ITC에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한 사안으로, 하반기 중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ITC는 준사법적 독립기관으로,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ITC의 결정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특허소송이 장기화 될수록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 또한 높은 게 현실이다. 당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까지 애플과 벌이는 특허 소송 비용이 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송기간도 3심까지 갈 경우 1~2년이 소요될 텐데,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이겨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회사가 결국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조문차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팀 국 애플CEO가 회동한 이후 양 사는 자제 모드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선 사력을 다해 싸우겠지만, 더 이상 확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양사 수뇌부에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미 IT특허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브레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부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도 "특허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선 양 사에게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며 "두 회사는 결국 크로스라이선스(상호특허공유) 협약으로 화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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