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최대 전시장 프라가티 매든(Pragati Maidan). 비록 자동차 변방이지만 이날 개막된 '뉴델리 오토쇼 2012'의 열기는 파리 디트로이트 도쿄 등 세계적 모터쇼에 버금갈 정도였다. 주최 측은 1,500개 업체가 참가했고 관람객만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스포츠유틸리티(SUV)와 밴을 비롯한 고급차들. 이번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이는 50여 개 자동차 중 SUV와 밴이 30%가 넘는다. 인도 시장 얼마나 급성장하는 지, 특히 인도 부호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큰 지 잘 보여주는 대목.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신흥시장, 그 중에서도 부자들이 많은 인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포드사의 앨런 멀랠리 최고경영자(CEO)는 처음으로 직접 인도로 날아와 중남미에서 25만대 넘게 팔린 주력 SUV '에코 스포츠'를 소개했다. 그는 "인도를 아시아 태평양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로 삼을 것"이라며 "제 2 인도 공장을 짓기 위해 7억5,700만달러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소형차 위주로 인도시장을 공략했던 기존 회사들조차도 이번 행사에선 큰 차를 대거 선보였다.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미래형 다목적 밴(MPV) '헥사 스페이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2008년 행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싼 차 '라노'를 선보여 붐을 일으켰던 3위 타타자동차도 이번엔 소형차 대신 SUV '사파리'의 신형 모델을 내세웠다. 인도의 새 주인(마힌드라)을 맞아 오토쇼에 처음 참가한 쌍용차도 첫 전기차 코란도 E를 비롯해 코란도 스포츠, 미래형 컨셉트카 'XIV-1', 렉스턴 등 주력 SUV를 대거 선보였다.
인도는 그동안 신차 4대 중 3대가 소형차일 만큼 '작은 차의 천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회사인 'IHS 오토모티비'의 디페스 라토르 디렉터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인도 시장에 소형차들을 쏟아내다 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익은 줄어들어 무게 중심을 비싼 차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중산층ㆍ서민층이 지갑을 닫다보니 소형차 시장은 더 위축되고 있다.
반면 고급차는 없어서 못 팔 지경. 워낙 빈부차가 심한데다 부유층의 구매력은 계속 커져 인도의 고급차 시장은 해마다 40% 가까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SUV 연간 판매량도 2020년이면 지금의 3배(1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한 대 가격이 70만달러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는 지난해 11월 인도에 소개되자마자 20대 이상이 팔렸고, 구매자는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서 연 소득이 3만6,000달러 이상인 가구가 200만 정도로 추산되는데, 2015년이면 800~1,000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라자 다완 맥킨지 파트너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남들이 타지 않는 더 비싼 차를 타야겠다는 과시욕이 인도 고급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젊은 부유층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 고급 브랜드들도 이번 오토쇼를 통해 인도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BMW가 미니(MINI) 브랜드를 인도에 처음 소개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SLS-로드스터를 아우디는 A3, A4, A5, Q7를 내세웠다. 폴크스바겐은 21세기형 비틀(Beetle)로 시선을 사로 잡았고, 도요타는 신형 캠리와 레이싱 카 '에티오스 리바'를 내세웠다.
뉴델리(인도)=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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