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와 5위의 대만 난야가 합병을 추진한다.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양 사가 꺼내든 마지막 고육책으로 보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엘피다와 난야의 실무진은 합병을 목적으로 한 구체적 제휴 협상에 착수했다. 미세공정에서 앞선 엘피다가 기술력을 난야에 이전하고,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적게 드는 대만에서 D램 제품 제조를 맡긴다는 게 이들의 제휴 밑그림이다. 20나노 제조공정이나 저전력 설계 등 엘피다의 D램 제조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적과의 동침'을 서두르는 이유는 생존 차원이다. 현재 반도체시장은 수요부진에도 불구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서 가격이 원가 이하로 폭락,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으며 몇몇 업체는 생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엘피다는 지난해 상반기(4~9월)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560억엔을 넘어섰으며 난야도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엘피다와 난야의 합병이 반도체시장의 구조조정 서막으로 보고 있다.
작년 3분기 현재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45% 점유율로 1위, 하이닉스반도체가 21.6%로 2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엘피다(12.2%) 미국 마이크론(12.1%) 난야(3.5%)가 잇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치더라도 산술적 점유율은 15%대에 불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위상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평가다.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엘피다는 국내 업체보다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양 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적자 탈출을 노리면서 국내 업체보다는 마이크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시장 구조조정으로 가격이 회복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겐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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