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십만원의 보조금까지 얹어 준다는 말에 덜컥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보냈는데, 정작 개통할 때는 A씨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보조금, 사은품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떼는 것이었다. A씨는 항의했지만 그 판매점 관계자는 "본인들은 가입 신청서를 받아서 행정 처리를 하는 것 뿐"이라면서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온라인 사이트는 뭐란 말인가.
최근 가짜 휴대폰 판매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다. 겉으로 이동통신 직영 대리점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판매점에 넘길 가입자 정보만 모으는 일종의 '가입자 낚시' 사이트다.
예를 들어 개인(일명 판매점 딜러)이 대리점인양 휴대폰 판매 사이트를 개설해 가입신청서를 받은 후 일정 비용을 받고 판매점에 넘기게 된다. 딜러는 판매점의 가입자 모집책인 셈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으로부터 휴대폰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2차 유통점인 판매점의 매출은 전적으로 신규 가입자에 달려있다 보니 이런 편법까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딜러의 '장난'이다. 사이트에 제시된 각종 혜택은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이기 때문에, 거짓일 확률이 많다. 딜러는 판매점에 가입자 정보를 넘기면 그만이고, 판매점에서도 "우리는 가입신청서만 전달받았을 뿐 나머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사이트에서 딜러가 제공하는 달콤한 조건에 끌려 약정기간이 남은 휴대폰까지 덜컥 해지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위약금을 대신 납부해 주고 보조금까지 얹어 준다는 말에 기존 휴대폰을 해지했는데 보조금은커녕 위약금까지 물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입자 몫으로 돌아가야 할 보조금은 물론, 개통을 위한 가입비까지 떼일 수도 있다. 악의적 딜러가 소비자가 낸 가입비를 판매점에 전달하지 않고, 판매점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둘 다 챙겨 달아나는 수법이다. 여기에 개인정보를 팔아 남긴 수익은 덤이다. 실제 아이폰4S, 갤럭시S2 등 최신 스마트폰 가입자정보는 한 사람 당 2만5,000원~3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 원인제공자는 판매점이다. 하지만 딜러가 터무니 없이 제시한 보조금이나 사은품 때문에 가입자와 자주 분쟁에 휘말려 결국 '부메랑'을 맞고 있다. 또 가입자가 개통하지 않겠다고 마음이라도 돌리면 이미 주문한 물량 비용까지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용산 전자상가 내 한 판매점의 이 모 사장은 "딜러를 끼고 한다는 게 위험하고 부적절하다는 건 알지만 가입자모집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지만, 수 많은 판매점과 온라인 사이트를 단속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판매점 딜러로 인한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겉으로 봐선 정상적 판매사이트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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