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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게임업계 여제 ' 박지영 컴투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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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게임업계 여제 ' 박지영 컴투스 사장

입력
2012.01.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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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의 우렁찬 함성과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건장한 체격의 선수가 타석에서 투수와 진검 승부를 벌인다. 수비수들은 없고, 오직 투수와의 일대일 맞대결이다.

잠시 숨을 고르던 투수가 홈플레이트에 힘껏 공을 꽂아 넣자, 타자가 방망이로 날린 타구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펜스를 넘어 사라진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는 홈런 장면이 아니다. 스마트폰용 야구 게임으로 등장한 '홈런배틀2'(4.99달러)의 모습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가 만든 이 게임은 최근 애플이 발표한 '2011 베스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올해의 게임 부문에 당당히 2위까지 오른 글로벌 히트작이다.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홈런배틀1'(4.99달러)에 이어 출시 한 달여 만에 전 세계 모바일 게이머들을 사로 잡았다. 국내 게임 업계 의 여제(女帝)로, 이 작품을 탄생시킨 박지영(36) 컴투스 사장을 5일 서울 가산동 디지털단지 내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5초면 충분합니다."

성공 여부 판단에 필요한 시간은 생각보단 짧았다. 그 만큼 첫 느낌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박 사장은 "젊은 게이머들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면서 모바일 게임의 흥행 가늠 잣대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은 단순하고 재미가 있어야 해요. 물론,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쉽지는 않지만 열쇠는 거기에 있습니다."

올해로 창업 14주년을 맞은 컴투스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의 강자로 통한다. 2010년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은 34억원을 올렸다. 중소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2002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내 본 일이 없다. 이 같은 실적 덕분에 박 사장은 영국 모바일콘텐츠 전문 월간지인 ME가 뽑은 '세계 톱 50 여성경영인'에 3차례(2007,2009,2010)에 걸쳐 선정됐으며, 2003년에는 미국 타임(TIME)지가 뽑은 '글로벌 14 기술 리더'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야구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우리 회사 이름이 'come to us'를 줄여 만든 컴투스 입니다. '우리와 함께 게임을 통해 즐기자'는 의미에서 만들었어요. 누구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카테고리를 찾다 보니, 야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국내 프로야구 붐이 일어나면서 솔직히 수혜도 좀 봤죠."

물론 '홈런배틀2'의 개발 과정은 쉬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전작인 '홈런배틀1' 보다 세밀한 시청각 효과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박 대표를 포함해 회사 개발자들도 야구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홈런 타구와 평범한 안타를 구분해서 보여주는 타구 각도나 비거리 조정 등을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다양한 각도로 세밀화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타자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터져 나오는 파열음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야구의 백미는 역시 홈런이잖아요. 조사를 해보니, 홈런을 쳤을 때의 경쾌한 타구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열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박 대표의 진단 결과를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 컴투스 개발자들은 실제 타자 스윙 모습을 고속카메라의 느린 화면으로 수 십 번씩 재생시키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이렇다 보니 보통 게임은 2~3개월이면 끝날 테스트 작업이 홈런배틀2의 경우 6개월까지 길어졌다.

그 결과 타자들이 공을 맞추는 임팩트 순간 힘을 모으기 위해 움츠리는 미세한 모습까지도 찾아내 게임에 그려냈다.

컴투스는 홈런배틀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골프게임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도 총 40여종의 신작을 출시, 전년대비 10% 이상 늘려 잡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실적 보다 게임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게임도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손 안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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