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는 지난달 노보에서 'MBC 뉴스의 몰락'을 다루며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 상황을 개탄했다. "언제부터인가 '마봉춘(MBC)보다 시방새(SBS)가 낫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더니 급기야 (시청률마저) SBS에 역전 당했다"고 자조했다. KBS 노조는 '2011년의 사자성어'로 '시벌노마(施罰勞馬)'를 선정했다. 열심히 뛰는 말을 벌한다는 뜻으로, 천안함 4대강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룬 '추적 60분' 제작진의 교체와 징계를 빗댄 것이다.
공영방송 간판을 단 KBS와 MBC의 9시뉴스가 '무늬만 공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지는 오래다. 내부에서는 '땡전뉴스' 시절로 회귀한 듯 처참한 상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권이 불편해 할 비리 의혹 등 특종을 묵살하거나 뒤로 빼기가 다반사. 대신 특별할 것 없는 날씨와 동물 이야기를 톱뉴스에 올리는 '특별한 관점'을 보인다. 최근 이상득 의원 여비서 계좌에서 출처불명의 8억원이 발견됐다는 뉴스 역시 방송에서는 거의 묵살됐다.
매년 생중계하던 새해맞이 '제야의 종소리'도 그 특별한 관점 때문에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촛불집회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이던 2008년 마지막 날 KBS는 현장의 '반MB' 구호를 삭제하는 수고를 하며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인터뷰를 실어 뭇매를 맞았다. 그런 KBS가 이번에는 타종행사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수신료 인상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그의 이력에 비춰볼 때 비판하는 네티즌 반응이 괜한 게 아니지 싶다. MBC 역시 보신각 행사 대신 임진각을 연결해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SBS는 아예 스튜디오에서 그냥 카운트다운을 했다.
최근 KBS와 MBC는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 자사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보도본부장들이 나서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KBS는 2일 9시뉴스에서 그동안 논의되지도 않았던 수신료 인상을 갖다 붙이며 '말 바뀌는 정치권…TV수신료 또 좌초 위기?'라는 생뚱맞은 보도를 내보냈고, 공영렙 포함에 반발하고 있는 MBC 역시 '미디어렙 법안, MBC만 차별… 헌법소원 제기'같은 자사 이익을 담은 시각을 그대로 전했다.
공영방송 뉴스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민영방송 SBS 뉴스가 그나마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SBS 한 기자는 "김문수 119전화 건은 당연히 시청자들한테 먹힐 거라는 판단을 했다"며 이 뉴스를 누락한 MBC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 기자는 또 "FTA 시위 물대포 관련 보도 등을 기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보도하려고 해도 사측에서 그래도 KBS MBC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느냐"며 톤 다운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 등으로 뉴스원이 다양해지면서 TV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신뢰성과 동시 전파 속도의 측면에서 여전히 방송의 힘은 세다. 퇴행적인 뉴스에 대해 안팎에서 더 강한 저항과 비판이 필요한 이유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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