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청년층 고용률 29위, 국내총생산(GDP) 중 사회복지 지출비중 33위,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 20위….’ GDP 1조달러 규모의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4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1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한국의 모습을 “성장률, 경상수지, 외채 등 거시지표는 우수하나 소득분배, 양성평등 등 형평성 지표는 하위권”이라고 진단했다. 나라는 부유하지만,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애기다. 이 보고서는 경제, 사회통합, 환경, 인프라 부문 259개 지표를 사용해 OECD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는 1조145억달러로 OECD 회원국 중 10위에 올랐다. 총 외채 비중은 가장 낮았고, 외환보유액과 정부의 재정수지도 각각 2, 4위로 상위권이었다. 기업 차원에서는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1위였고, R&D 지출 비율도 4위로 높았다. 특히 인구 100만명 당 특허출원 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위를 기록해 생산 주체인 개인들의 경쟁력도 돋보였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률(29위), 임시직 근로자 비율(26위)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여성 임금 비율이 남성의 57.2%에 불과한 탓에 여성 고용률(52.6%)은 절반을 조금 웃돌았고, 그 영향으로 전체 고용률(63.3%)도 21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2,193시간)은 OECD 평균보다 450여 시간 많아 매달 37시간 이상 더 일했지만, 중산층 비중은 1990년대 70% 중반을 유지하다가 최근 60%대 초반으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뼈 빠지게 일해도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료를 분석한 KDI는 “비상용 근로자, 자영업자 등 전직(轉職) 능력이 떨어지는 상당수 근로계층이 빈곤화하는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줄 복지 수준도 취약하긴 마찬가지. 한국의 전(全)산업 대비 보건ㆍ사회복지 고용 비중은 4.2%로 OECD 평균(9.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령화, 여성 사회참여 증가, 가족기능 약화 등으로 노인 요양, 자녀 양육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공급은 턱 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비 지출 수준은 비교 대상 30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아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선 긍정적이었지만,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최하위 수준이어서 진료의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수준(1.7%)도 멕시코에 이어 가장 낮았다.
이 밖에도 언론의 자유도(31개국 중 28위), 공무원과 정치인 등 국가 지도층의 부정부패 정도를 측정한 부패지수(30개국 중 22위), 도로 사망률(34개국 중 32위), 산업재해 사망률(23개국 중 22위) 등 자유, 청렴, 안전시스템에 대한 평가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찬우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일본, 핀란드 등 선진국뿐 아니라 호주,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와 GDP가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도 사회통합 분야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면서 “관계부처와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달 말께 차관급인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를 열어 보완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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