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48)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이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거액의 교비를 해외로 빼돌려 운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김씨가 한예진 등의 교비 240억여원을 횡령해 이 중 수십 억원을 중국으로 밀반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 상당액을 환치기를 통해 돈세탁한 뒤 조성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자금 흐름 파악이 쉽지 않은 해외에서 비자금을 운용한 점에 비춰, 이 중 일부는 김씨와 친분이 있는 유력 인사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밀반출에 깊숙이 관여한 중간고리 역할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EBS 이사 선임 로비를 위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 정모씨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한 교비를 유령업체를 통해 돈세탁한 뒤 비자금을 조성, 방통위와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퇴직한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 정모씨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교비 240억여원을 횡령하고 5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로 김씨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씨가 횡령한 자금으로 서울과 해외에서 부동산을 다수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김씨는 "적자가 나서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횡령과 탈세를 할 수 있느냐"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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