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정차역을 지나치자 10분간 후진해 돌아오는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중순 서울 지하철 7호선에 이어 KTX까지 장거리 역주행사고가 나자 시민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국토해양부는 사상 초유의 KTX 역주행 사고와 관련, 과실 여부를 조사, 관계자를 징계할 방침이다.
3일 코레일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3분쯤 서울역을 출발, 부산역으로 가던 KTX 357호 열차가 정차역인 영등포역을 그냥 통과, 탑승대기 중인 승객 108명이 열차를 타지 못했다. 이후 열차는 2.6km를 더 달려 7시12분쯤 신도림역 부근에 멈춘 뒤 영등포역까지 역주행해 승객을 태웠다. 역주행 당시 열차에 있던 승객 102명은 황당한 상황에 어처구니없어 했고 일부 승객들은 항의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열차는 예정시간보다 13분 늦은 오후 7시 26분 영등포역을 출발, 10시 36분 부산에 도착했다. 해당 열차 기장 이모(53)씨는 KTX 개통 때부터 8년 가까이 KTX 열차를 운전한 베테랑으로 이날 직위 해제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장이 순간적으로 정차역을 착각해 일어난 일로 보인다"며 "기장이 관제센터에 열차를 되돌려도 되는지 확인 후 후진, 안전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KTX는 하루(평일 기준) 168회 운행하지만 영등포역은 상ㆍ하행 각각 2회씩만 정차하기 때문에 기장이 혼동했다는 것이다. 또 코레일 운전취급규정 상 정지 위치를 지나서 정차한 열차를 이동할 수 있고, 운전취급세칙을 준수하면 퇴행 운전도 가능해 규정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열차는 엔진이 장착된 동력차가 전후방에 다 있어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며 "역주행 당시 시속 25km이하로 서행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역주행 전 5차례에 걸쳐 안내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승객들은 시간지체에다 제대로 된 안내를 듣지 못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팽정광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안내방송을 했더라도 후진 과정에서 승객을 불안하게 했다면 100% 잘못"이라며 "관리감독을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고장철이란 오명이 붙은 KTX는 탈선사고 등으로 지난해 7월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에다 역주행 사고까지 나 차량 및 직원관리와 기강 등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 부산에서 서울로 가던 KTX 120호 열차가 모터 고장으로 10km에 달하는 황학터널 안에서 멈춰 승객 400명이 1시간 동안 찜통 더위와 암흑 공포에 떠는 등 지난해 KTX 고장 사고는 40건이 넘는다. 재작년 3월 운행을 시작한 KTX 산천은 현재까지 50건 가까이 고장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잦은 고장에 역주행까지 갈수록 가관"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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