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중인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의 비리는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교비 250억원을 횡령하고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내용이다. 한예진은 정규 교육기관이 아니라 교과부가 학점을 인정해주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매년 방송분야 진출을 원하는 1,000여명의 신입생을 받아 운영해왔다. 등록금은 일반 대학에 버금갈 만큼 비싸다.
이런 곳의 비리 규모가 놀랍지만, 운영실태를 보면 더 어이가 없다. 등록금을 이사장 개인 명의 계좌로 받는가 하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교비 사용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장은 3~ 4년 동안 계속 교비를 빼돌렸으며, 수강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성적과 출석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무리 사설교육기관이라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지정한 방송기술 전문교육을 위한 학점 인정기관인데 교과부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우수교육기관으로 선정해 표창까지 했다.
한예진의 교수와 강사진을 보면 유명 가수 연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화려한 외양에다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처럼 떠벌리는 과장 광고를 보고 방송예능 분야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은 큰 기대를 갖고 이곳에 들어온다. 그러나 드러난 비리를 보면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젊은이들의 꿈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한 셈이다.
김 이사장은 횡령한 돈으로 대규모 부동산 투기뿐만 아니라, 2009년 당시 EBS 이사로 선임되기 위해 방통위 위원장의 측근인 정책보좌관 정모씨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여권 실세 등 정ㆍ관계 고위층 로비설까지 나오고 있다. 방통위와 당사자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개연성까지 완전히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검찰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했으니,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김 이사장의 비자금 사용처를 철저히 추적해 진상을 모두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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