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장과 제작사가 발표한 2012년 기획 공연의 라인업이 어느 해보다 화려하다. 새해를 맞아 인생 설계에 맞춰 재무계획을 새로 짜듯 한 해의 관람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상반기도 지나지 않아 재정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정도. 굵직한 공연을 중심으로 올해 연극ㆍ뮤지컬계의 흐름을 미리 짚어 봤다.
오매불망 초연 대작
몇 년간 지속됐던 침체에서 벗어나 지난해 오랜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뮤지컬계는 그 기세를 이어 다양한 대형 신작을 쏟아낸다. 포문을 여는 것은 한국과 호주, 미국의 프로듀서가 힘을 합친 '닥터 지바고'(1월 27일~6월 3일ㆍ샤롯데씨어터)다. 이어 2월 9일 개막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5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일본에 원정 관람을 다녀온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선영, 옥주현, 류정한, 김준수, 송창의 등 호화 캐스팅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캐치 미 이프 유 캔' (3월 28일~6월 10일ㆍ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도 국내 초연을 앞두고 9일부터 오디션을 진행한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초록 마녀와 하얀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브로드웨이 대표 흥행작 '위키드'는 외국 투어팀 내한 형식으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5월 24일~10월 7일)에서 공연된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3월 30일~4월 29일ㆍ성남아트센터), '라카지오폴'(7월 2일~9월 4일ㆍLG아트센터), '두 도시 이야기'(8월 24일~10월 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루돌프'(10월 22일~2013년 1월 13일ㆍ충무아트홀 대극장)도 올해 라이선스 형식으로 초연된다.
명작이 돌아오다
연극계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명품 공연의 재상연 무대를 줄줄이 준비 중이다. 원로배우 이순재가 2010년 초연에 이어 다시 타이틀롤을 맡은 '돈키호테'(7~22일ㆍ명동예술극장)를 필두로 피터 쉐퍼의 명작 '고곤의 선물'(2월 23일~3월 11일ㆍ명동예술극장), 2009년 초연해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을 받은 극단 여행자의 '페르귄트'(10월 11~14일ㆍLG아트센터) 등이 예정돼 있다.
눈여겨볼 초연작도 있다.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극작가 와이디 무아와드의 작품으로 지난해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인 '그을린 사랑'(6월 5~24일ㆍ명동예술극장), 찰리 채플린의 딸인 빅토리아 채플린이 연출하고 손녀인 오렐리아 티에리가 주연을 맡은 마임극 '속삭이는 벽'(10월 18~20일ㆍLG아트센터) 등이 눈에 띈다.
창작열도 뜨겁다
올해는 라이선스 공연뿐 아니라 국내 창작자들의 신작도 풍성할 전망이다. 1월 18일~2월 12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풍찬노숙'은 2008년 '원전유서'로 혜성같이 등장해 '괴물 작가' 별칭을 얻은 김지훈씨의 신작이다.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파리의 연인'(4월 5일~5월 30일ㆍ디큐브아트센터), '미남이시네요'(8월 5일~9월 11일ㆍ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등도 기대를 모으는 창작 뮤지컬이다. 하반기에는 뮤지컬 '완득이'도 500석 안팎의 중극장 규모로 개막한다. 소설, 연극, 영화에 이어 뮤지컬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볼만한 공연이 많아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적정 티켓 가격 논쟁이 올해 공연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인데 뮤지컬, 연극 애호가는 지갑이 더 얇아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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