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의 내사(內査) 지휘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 끝에 명문화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대통령령)이 지난 1일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일 대구지검이 지검에 접수된 진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기 전에 경찰에 내사를 지휘한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수성서는 이날 검찰로부터 내사 지휘를 받고 즉시 경찰청에 보고했으며, 경찰청은 수성서에 내사 지휘 접수를 거부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진정 사건의 경우 자동적으로 입건돼 수사가 진행되는 고소ㆍ고발 사건과 다르다"며 "대통령령을 통해 경찰이 내사 권한을 보장받은 만큼 검찰의 내사 지휘에 대해서는 사건 접수 거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대통령령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방침을 지난달 28일 전국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장 워크숍에서 밝힌 데 이어, 30일에는 이 방침이 포함된 17개 항목의 '수사 실무 지침서'도 하달했다.
수성서가 접수를 거부한 사건은 조합원 보상금 횡령 의혹과 관련된 진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접수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통상 진정이나 탄원이 접수되면 경찰에 내사 지휘를 해 왔다.
정부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검경의 논의와 국무총리실의 조정을 거쳐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경찰의 내사 권한은 보장하되 사후 검찰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심의ㆍ의결했다.
그러나 경찰은 형사소송법에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됐는데도 대통령령에서는 그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내사 활동까지 사실상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되는 등 수사권 조정이 개악됐다며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수사경과(警科) 반납 움직임을 보이는 등 거세게 반발해 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