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부모에게 '잔소리와 고민의 계절'이다. 컴퓨터 꺼라, 방학 숙제 해라, 책 좀 읽어라 등 끊임없이 아이를 독촉하지만, 아이는 그림만 쓱 넘겨보고는 다시 게임삼매경이다. 표현력, 창의력, 비판능력을 모두 키워준다는 사설 독서학원이 넘치지만 선택하기엔 수업료가 만만치 않고 효과도 미지수다.
특히 교과서 따로, 집에서 보는 책 따로, 독서학원 따로인 교육법이 영 내키지 않는 학부모라면, 겨울방학 동안 교과별 추천도서를 아이와 함께 읽고 토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임영규 강원 원주시 진광중 교사는 교과서와 연계된 간단한 독서토론으로 발표력과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독서토론이 낯선 부모들을 위해 의 공동저자이자 전국독서새물결모임 대표인 임 교사의 도움말을 토대로 독서토론 지도 요령을 소개한다.
독서 말걸기로 첫걸음
독서토론의 구체적인 방법은 이야기식, 교차논쟁식 등 다양하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방법은 이야기식 토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듯 하는 방법이라 집에서도 해 볼 수 있다.
이야기식 토론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배경지식 토론 ▦2단계 책 내용 토론 ▦3단계 삶과 사회 토론이다. 순서대로 각각 20%, 30%, 50%의 시간을 할애한다. 부모는 각 과정에서 토론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말 걸기'를 시도해야 한다. 1단계에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아이가 쉽게 반응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흥미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황선미 글ㆍ사계절 발행)을 읽은 초등 5~6학년 자녀에게 '독서말걸기'를 한다고 가정하면, 1단계에서는'닭은 어떤 동물일까', '암탉과 수탉은 어떻게 다를까'등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 임 교사는 "어려운 질문을 내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아이들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첫 단계"라고 조언한다.
2단계에서는 역시 책을 읽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이해도를 확인한다. '암탉은 왜 자신의 이름을 '잎싹'이라고 지었을까.', '암탉이 결국 족제비에게 목숨을 내어주는데, 우리 주변에 이런 희생을 한 사람이 있을까'등이다.
3단계에서는 책과 관련된 인간의 삶이나 사회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잘 포착해내는 부모의 요령이 요구된다. '잎싹처럼 꿈을 이루려면 나는 무엇을 고쳐야 할까', '왜 주인공은 하필 수탉이 아닌 암탉이었을까.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우리 어머니는 어떨까', '암탉이 청둥오리알을 품지 않았다면 이 알은 어떻게 됐을까. 우리나라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많이 해외로 입양되는 것일까' 등의 질문을 한다. 질문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면 독서지도 서적을 참조하거나 전국독서새물결모임 홈페이지(www.readingkorea.org) 등에서 책의 의미와 관련된 교과서 단원을 참조하면 된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 목차를 살펴보면 아이들에게 던져야 할 화두와 고민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기 좋고, 교과서에 대한 흥미도 유발할 수 있다. 의 경우 초등 5학년 국어교과 학습 내용인 '사건전개와 등장인물의 행동'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토론에서는 '듣고 이해해 동의ㆍ반박하기'도 중요한 만큼 부모나 형제가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참여해'듣는 훈련'을 돕는 것도 좋다.
표창장 고발장 만들기
토론을 시도해봤지만 학생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거나 영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다면 본격적으로 토론학습을 하기 전 다양한 독서 활동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먼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줄거리 읽고 새로운 책 제목 달아보기 ▦이야기 결말 이어가기 ▦재판관이 돼 주인공 평가해보기 ▦등장인물에게 표창장이나 고발장 만들어주기 등이 있다. 특히 재판관이 돼 칭찬을 받을만한 행동을 한 등장인물에게 상벌을 내리거나, 부도덕한 인물을 꾸짖는 고발장을 쓰는 과정은 자신의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논거를 만드는 힘을 키워 준다.
고학년이 될수록 제대로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고,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 사실, 자료 등을 찾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천되는 토론이 주로 찬반을 나눈 토론, 승패를 가르는 토론인데 이 경우 상식수준에서만 토론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임 교사는 "책은 무엇보다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한데, 한 권을 읽더라도 부모님이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면 아이들의 독서 욕구와 표현력을 커진다"며 "방학 동안 책을 읽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독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보다는 한 시간이라도 마주앉아서 책에 대해 토론하고 토론지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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