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31일 밤 전격 통과시킨 소득세법 개정안(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에 38% 세율 적용)을 놓고 졸속 개편 논란이 거세다.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색깔 탈피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급조되다 보니 기형적인 세율구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초 부자증세의 취지는 물론, 세율체계가 마땅히 갖춰야 할 균형이나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여야 핵심부에서조차 소득세제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개정안의 허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기존 과표구간과 세율은 각각 수천만원, 10%포인트 안팎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과표구간 차이는 2억원 이상 대폭 벌어지고 세율 차이는 3%포인트까지 대폭 축소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최고세율 대상자도 논란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의 수정안 제안서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6만3,000명의 봉급생활자와 사업ㆍ양도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하지만 근로ㆍ사업소득자만 합치면 최고세율 대상이 1996년 4만2,000명에서 오히려 2만8,000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 등 일각에선 "여당이 종합소득자와 근로소득자의 중복계산, 양도소득 건수 무작위 적용 등으로 대상 인원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초 상위 1% 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가 취지였는데, '꼼수' 개편으로 대상자가 0.17%로 대폭 줄었다"며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소득세제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도 "지금 안이 전부가 아니고 향후 총ㆍ대선 공약에서 더욱 검토할 것"이라고 추가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와 여당 신주류 측은 벌써부터 재개편 방침을 굳히는 분위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개정안의 부작용과 공평과세 여부 등을 종합 판단해 9월 정기국회 때 문제점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친박계 핵심 이한구 의원도 이번 개정안을 "오로지 표를 위한 즉흥 개편"으로 규정하면서 "총선 공약에 소득세 문제를 반영할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개편은 세 부담이 공평한 지,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되는 지 의문스러운 기형적 결과를 낳았다"며 "정치권은 방향을 제시하되 세부안은 정부와 전문가에 맡겨 정밀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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