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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왕따가 왕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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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왕따가 왕따에게

입력
2012.01.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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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후배에게 돌아올 때 샌드위치 하나만 사다 달라고 했더니 팀장님 지금 제게 빵 셔틀 시키신 건가요? 라며 낄낄 웃는다. 그게 뭔데? 빵 사오는 셔틀버스가 너란 소리야? 나의 연이은 반문에 후배가 혀를 끌끌 차더니만 그게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관련 신조어라고 말해줬다.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 이름과 빵을 조합한 거라나.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유치원에 다닐 때 또래보다 한 살 어렸던 나를 반 친구들이 집단적으로 따돌렸던 거다. 손이란 자고로 내밀어야 잡을 수 있는 것, 어느 날 한 친구가 그 손으로 내 등을 밀었고 나는 그만 미끄럼틀에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정작 다친 건 나였는데 목 놓아 운 건 그 친구였다.

한동안 얼굴에서 머큐로크롬이 마를 날 없었지만 그날 이후 마음에 어떤 고요가 깃든 것은 분명했다. 피투성이 얼굴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나를 본 친구들이 더는 모래를 뿌리지 않았으니까.

<미운 오리 새끼> 라는 동화가 고전이 된 걸 보면 동물이나 우리나 누군가는 빵을 먹게만 되고 또 누군가는 빵을 사게만 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니 왕따 없는 세상이 어디 있으랴. 왕따에 지친 청소년들이여, 부디 죽지 마시라. 하늘 아래 왕따 아닌 사람 없으니 세상을 왕따 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 바로 그 정의로 부디 아름답게 복수하시라!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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