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영국 북동부 더럼시(市)의 비미쉬(Beamish) 마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독일 에센의 졸페라인(Zollverein), 문화예술과 레저 인파로 북적이는 미국 콜로라도 애스펀(Aspen). 이들 마을은 한때 각 나라의 대표적 탄광촌으로 폐광 후 탄광산업 유산을 예술과 문화로 승화시킨 곳들이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시행으로 90년대부터 쇠락의 길에 접어든 강원 삼척과 영월, 경북 문경, 충남 보령 등 우리나라 대표 폐광지역들도 관광레저시설과 박물관 등 문화예술 단지로 변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태백시 철암동 일대 폐광촌은 석탄산업 호황으로 번성하던 과거 탄광촌의 모습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태백시가 당초 탄광 문화 체험단지를 조성키로 했던 사업을 백지화하고 사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결과 사업성 및 시 재정 등의 이유로 보류됐지만, 지적된 문제를 보완해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면 옛 광부사택촌을 재현한 민박, 탄광촌 애환을 담은 예술작품 전시관과 전망대 등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탄광 관련 관광 상품을 개발ㆍ판매 하는 등 주민소득 사업도 추진된다. 또 현 시가지에 전성기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역사의 거리로 만들어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주민의 일상과 함께 하는 살아있는 탄광촌 박물관 '한국의 비미쉬 마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경과 보령, 영월, 삼척 등은 지역 대표 관광레저단지로의 변신에 성공했거나 변신을 추진중인 곳들이다. 문경 폐광촌 일대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문경시 등이 출자한 ㈜문경레저타운이 콘도와 18홀 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레저단지로 조성해 골퍼와 주말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문경시가 폐광 후 본격화된 지역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폐광촌 일대에 조성한 드라마세트장과 석탄박물관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며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잇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18홀 골프장인 블랙밸리CC도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들어서 2007년부터 성업중이다.
국내 대표 폐광촌인 영월군 영월읍은 탄광촌 이미지를 벗고 '레저1번지'의 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영월읍 삼옥리 일대에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콘도ㆍ골프장(18홀)ㆍ스파ㆍ컨벤션 시설 등을 갖춘 복합레저단지 동강시스타를 조성해 운영중이다. 인근에는 가족형 리조트도 추가로 조성된다. 최근 ㈜하이원상동테마파크는 2013년까지 350억원을 들여 영월군 상동읍 일대 20만여㎡ 부지에 관광과 체험ㆍ교육ㆍ연수 기능을 갖춘 관광휴양시설 건립 착공식을 가졌다. 출자사인 하이원리조트는 이 사업을 포함해 태백과 정선, 삼척 등 폐광지역 4개 시ㆍ군과 폐광촌 부활을 위한 연계사업을 진행중이다.
탄광산업이 번창했던 1980년대 초만하더라도 75개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가족 등 9,000명 가까이가 살던 충남 보령은 광산 채굴이 끝난 뒤론 2,800여명이 거주하는 마을로 쇠퇴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콘도과 골프장, 레일바이크 등 체험시설로 꾸며진 가족형 복합 리조트 단지인 대천웨스토피아가 지어지면서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탄광촌이 무주택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충남 보령시 성주면 폐광지역에서 공공임대주택 70가구를 짓기로 하고 최근 기공식을 가졌다. 2013년 준공될 성주탄광 임대아파트는 내년 8월 입주자 모집에 이어 9월 계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척 폐광촌 지역인 삼척시 도계읍 도계2지구(1만8,000㎡)에도 2013년이면 공공임대주택 280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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