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부자들을 위한 의회’ 전략
3일 미 아이오와주에서 막을 올리는 공화당 경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공화당 간 흠집내기 경쟁이 치열하다. 공화당은 과거 오바마가 한 말들을 끄집어내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고, 오바마 진영은 공화당을 서민의 적으로 돌리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기간 중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유세한 동영상을 TV 광고로 내보내기로 했다. 영상 속 오바마는 빈곤층 200만 명 감소, 900만 가정의 주택담보대출 차환 등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공약을 저버렸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RNC가 500쪽에 달하는 ‘오바마 어록’과 상당수의 관련 영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자료의 내용은 2008년 대선 운동부터 오바마의 입에서 나온 모든 공식 발언과 TV, 인터넷 광고 등이다. 자료에서 오바마는 현재 실패로 판명난 공약들을 호언장담하는가 하면 스스로의 무능함에 대해 자책하면서 “3년 안에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연임은 없을 것” 이라고 약속하기도 한다. 오바마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 놓은 화려한 언변을 역이용해 그를 끌어내린다는 전략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RNC 위원장은 “오바마가 워낙 연설하기를 좋아해 우리는 무궁무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진영은 공화당의 반서민적 이미지를 이용, 부자와 공화당을 싸잡아 공격하는 전법을 들고 나왔다.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화당이 의회에서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바람에 경제를 회생시킬 기회를 놓쳤다는 논리다. 이 전략은 지난 달 급여세 감면 연장안을 놓고 공화당과 벌인 싸움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서민 부담을 줄이는 급여세 감면 연장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평등만이 미국 경제의 살 길”이라며 “극소수의 부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반면 나머지는 경제적 고통과 싸우고 있다”고 호소해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쉬 어네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의회가 발목을 잡아 국정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이미지를 심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대통령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경제가 호전됐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 진영이 입법전쟁(정책대결)보다 의회를 공격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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