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개막을 알리는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3일(현지시간) 실시된다. 그러나 경선을 하루 앞둔 2일까지 유권자 51%만이 지지후보를 결정했다고 답할 만큼 판세는 유동적이다. 특히 경선 막판 후보들의 지지도가 요동치고 있어 누가 승리할 지 예측불허다. 대권 주자들이 새해 첫날 아이오와 각지를 돌며 한파 속 유세를 강행한 것도 부동층의 마음을 녹이면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유력 일간지인 디모인 레지스터가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위(24%), 론 폴 하원의원이 2위(22%),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3위(15%)를 차지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12%),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11%),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7%)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27~30일 실시된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하위권에 머물며 존재감이 미미했던 샌토럼이 급부상하고, 1위(25%)였던 깅리치가 추락한 점이다. 샌토럼은 조사 마지막 날에는 폴(18%)을 3위로 밀어내고 1위 롬니(23%)를 1%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는 인생과 같아서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며 샌토럼의 상승세를 주목했다. 샌토럼의 부상은 깅리치 등의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달 가까이 선두를 지키던 깅리치는 도덕성 문제가 추가로 불거지면서 이제 하위권의 페리와 경쟁하는 처지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유권자의 다수인 보수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보수층의 지지를 놓고 폴, 샌토럼, 깅리치, 페리, 바크먼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하위인 바크먼이 아이오와 99개 카운티 전역을 돌며 3위를 자신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수층 눈밖에 난 롬니는 아이오와 코커스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고,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아예 아이오와 유세를 포기했다.
막판까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아이오와 코커스는 경선 초반 판도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 1위인 롬니는 여론조사 때마다 지지율이 25%를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승리하려면 다른 후보들이 서로 경쟁해 지금처럼 표가 분산돼야 한다.
NBC방송은 “만약 깅리치와 페리의 지지층이 샌토럼 지지로 선회한다면 롬니가 뒤로 밀려난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공화당 내 반 롬니 성향의 보수진영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승기는 롬니에게 가 있다. 그러나 “롬니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줄 바에야 보수 후보군 중 보다 중도적인 후보에게 표를 모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보수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전했다. AP통신도 아이오와 보수층인 기독교 복음주의 목사 2명이 “지지층 분열로 롬니나 폴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며 “샌토럼이나 바크먼 둘 중 한 사람에게 상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코커스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보수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가시화한다면 마지막 순간 판세는 뒤집어질 수 있다. 다만 샌토럼 등 일부 후보들은 조직과 자금력이 떨어지고 주요 이슈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장기적으로 롬니의 대항마가 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보수층 분열로 롬니가 어부지리로 아이오와 코커스를 1위로 통과하고, 일주일 뒤(10일) 그의 텃밭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선두로 질주한다면 공화당 경선은 초반부터 급격하게 롬리 쪽으로 기울 것이란 예상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는 3일 밤 8시 발표된다.
전체적으로 이번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4년 전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은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만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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