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철강회사 미탈스틸은 한번도 제철소를 직접 지어본 적이 없다. 처음엔 중고 제철소를 사들였고, 다음엔 철강사와 함께 광산까지 함께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높여갔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프랑스의 아르셀로까지 인수, 세계 1위의 철강회사 지위에 올라섰다.
미탈의 사례는 인수합병(M&A)을 통해서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최고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불황이나 저성장기는 산업 판도가 뒤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에 M&A기회도 많아진다"면서 "전략만 잘 세우면 알짜 기업을 싼 값을 사들여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가전업체인 지멘스는 2004년 미국의 유에스필터를 10억 달러에 인수. 물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전 제품만으론 지속 가능한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지멘스는 미래의 핵심 키워드를 '사막화'로 규정, 물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아무래도 새로 연구개발(R&D)투자를 시작하고 공장을 짓는 건 비용과 시간 모두 부담스러웠던 것. 이에 지멘스는 M&A를 선택했고 결국 유에스필터 인수를 통해 미국 물 산업에 연착륙한데 이어 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7개 기업을 추가 인수, 물산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저성장 대응에 실패해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20년'을 거친 일본의 경우, 기업들은 이제 해외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1년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은 총 609건, 684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해외인수금액은 무려 78%나 급증했다. 최대 M&A는 다케다제약이 스위스 경쟁사인 나이코메드를 140억 달러에 인수한 것. 이 신문은 "일본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내수시장을 보유했지만 긴 불황과 저출산ㆍ고령화로 내수가 갈수록 침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해외M&A를 통해 생존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기업들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국면이 장기화되자 속속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전년대비 56% 늘어난 2,051억달러의 M&A를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년 연구원은 "M&A는 글로벌 기업들에서 이미 불황을 대처하는 전략무기로 자리잡았는데도 국내 기업들의 M&A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면서 "기업이 자체 기술력 확보나 설립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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