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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시작됐다/ (중) '게임 체인저' 기업만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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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시작됐다/ (중) '게임 체인저' 기업만 살아 남는다

입력
2012.01.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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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아이폰·아마존 킨들…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바꿔라

2008년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갑작스런 불황에 실업자가 쏟아졌다. 일자리를 빼앗기고 집을 압류당한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꼭꼭 닫았다.

그 와중에도 애플 아이폰은 3분기에 689만대, 4분기에 440만대가 팔렸다. 애플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다른 기업들은 다 마이너스 성장에 적자까지 쌓여 생존의 위협을 받았지만, 애플은 그 불황기에 오히려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구가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불황ㆍ저성장기야말로 기존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이 점을 간파한 애플은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 제품으로 시장흐름을 확 바꿔 놓은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었던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하나로 끝내지 않고 뒤이어 아이패드를 출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태블릿PC)을 만들어 냈다.

장기 불황이나 저성장기가 닥치면 기업들은 대부분 '수비적 경영'을 한다.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몸을 움츠린다. 하지만 남들이 다 만드는 제품, 남들이 다 하는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그저 허리띠만 졸라매는 식으로는 수많은 기업들이 도태되는 불황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도래한 장기 저성장 국면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고성장기에는 글로벌 기업을 모방하고 '미투(me too)' 즉 유사 제품을 빠르고 값싸게 만들면서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선진국 수준의 저성장 경제에 들어선 지금은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독자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나만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 중대한 혁신은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많이 일어난다. 호황기, 고성장기에는 수요가 워낙 왕성하기 때문에 남과 비슷하게만 해도 살아남는 것이 가능하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그렇게 해선 생존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2~3%대 저성장을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다. 서점 아닌 인터넷으로 책을 산다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의 구매패턴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됐고 결국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됐다. 단지 판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2007년 '킨들' 지난해 '킨들파이어' 등을 내놓으면서, 전자책 시장도 만들고 키웠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꼽는다. 덩치가 큰 기업이 외형을 키워 혼자 독불장군처럼 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

실제로 애플이 게임 체인저가 된 데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앱스토어나 뮤직스토어를 통해 개발자와 생산자,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전략'을 고수한 데 더 큰 비결이 있었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안드로이드'를 혼자만 쓰겠다고 했다면, 혹은 비싼 로열티를 받고 휴대폰 회사에서 팔려고 했다면 지금처럼 삼성전자 HTC등이 참여하는 '안드로이드 군단'을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를 개방했고, 결국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모 그룹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려는 문화가 너무 강하고 함께 하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제휴와 합종연횡이 대세가 됐으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저성장 시대를 이겨나갈 수 없다는 게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이 주는 교훈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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