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오류가 없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이거든요. 사용자가 게임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아트죠."
최근 NHN 게임문학상 단편 부문에서 은상을 받은 박선용(29), 전유선(24)씨는 게임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들은 '게임을 만들어 입에 풀칠하기'를 목표로 3년 넘게 동고동락하고 있는 인디게임 개발팀 '터틀 크림'의 멤버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서울 마포구 강북청년창업센터에 틀어박혀 '인디게임계의 슈퍼스타'를 만드는데 온통 골몰하고 있다.
터틀 크림이 '인디정신'으로 게임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게임을 탄생시키고 싶다"는 다부진 생각 때문이었다. 게임 하나를 개발할 때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평균 2~5년의 시간이 걸리는 대형게임 제작사에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했던 현실이 작용했다. 제작 규모는 작더라도 전 과정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내 놓은 게임의 성격도 기존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림을 찢고 붙이는 퍼즐게임('컷 앤 페이스트')의 형식은 기발하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지구를 지켜줘!')의 경우 MMORPG(온라인으로 연결된 다수의 사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 FPS(1인칭 슈팅 게임)와 비교해 보면 착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 팀의 모토는 '스몰 앤 유니크'에요. 스토리의 자극성, 게임의 폭력성을 일부러 피했다기보다는 그런 게임들은 많으니까 다른 방식을 찾은 거죠." 박씨의 설명이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컷 앤 페이스트'로 2009년 대한민국 인디게임 및 게임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와 해외 인디게임 공모전에서 10여 차례 수상했다. 각설탕이 설탕 공장을 탈출한다는 스토리의 2D 게임 '슈가큐브'는 2010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차이나 인디게임페스티벌(IGF)에서 대상 격인 베스트게임상을 받았다.
이런 까닭에 인디게임 세계에서 이들의 이름은 꽤 알려져 있다. 박씨는 서울대, 카이스트에서 인디게임을 주제로 몇 차례 특강하기도 했다. 대형게임 회사들의 영입 제의도 많지만, "배고파 죽을 것 같을 때 가겠다"는 말로 거절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할 때 받는 소모적인 느낌이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터틀 크림은 현재 '슈가큐브'의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번 달 안으로 스페인 게임 마켓에서 먼저 선보인다. 목표는 1만개다. "우리가 재미있게 만들었으니 지구 어딘가에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상'만 갖고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겠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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