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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리포트] (1) 선거의 해 2012년, 20대가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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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리포트] (1) 선거의 해 2012년, 20대가 꿈틀거린다

입력
2012.01.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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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취업… 문제는 정치야" 자각… 20대 투표율 50% 예측도

"20대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 모아 올해 양대 선거를 이렇게 전망했다. 20대는 2000년대 이후 정치에 등을 돌린,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 하지만 지난해 10ㆍ26 재보궐선거 이후 20대의 정치의식과 열기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2년 대선(56.5%) 이후 처음으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보수 성향의 이명박 대통령(42.5%ㆍ방송사 출구조사)에게 정동영 후보(20.7%)의 두배가 넘는 지지율을 보냈던 20대다. 역대 선거에서 각 세대 중 최저 투표율을 보여온 20대가 왜 갑자기 정치를 향해 돌아섰으며,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한국일보가 20대 설문조사와 대면 인터뷰, 각계 전문가 조사를 통해 분석해봤다.

절박한 현실, 성공의 기억

20대가 봉착한 문제는 총체적이다. 취업 등록금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여기서 비롯되는 막연할 불안감과 자괴감까지.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펙(specification의 줄임말ㆍ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 취업을 위해 준비하는 내용)을 쌓고, 틈틈이 저축까지 하고 있지만 부모 도움 없이 등록금을 내고 결혼을 하기란 언감생심이다. 혼자 발버둥치던 이들은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로 눈을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권모(21)씨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주변에 점점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나도 취업할 때 그렇게 될 수 있겠다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허모(22)씨는 "한진중공업 문제, 반값등록금 등 사회적 모순이 여럿의 힘으로 조금씩 해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치,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직장인 손모(25)씨는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약속까지 미루고 투표소에 갔다. 손씨는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위기에 처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20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했고, 올해도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20대는 현재 개인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심각한 등록금 실업 비정규직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20대들이 정치 변화의 중요성을 깨달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 보수로 나눌 수 없는 세대

설문조사에서 많은 20대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43.8%)와 진보(41.9%)로 규정했다. 한국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20대 지지도는 24.9%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20대의 정치 성향을 기존의 이념적 틀에 맞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설문조사에 응한 20대의 과반(51%)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전면적인 반값 등록금 시행을 위해 세금을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30.4%만이 찬성, 증세에는 소극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또 응답자의 43.4%가 "북한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등 대북 인식에서도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대는 사회적 이익보다 자신의 이해 관계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경제 문제에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 여당성향이면서도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20대는 분배는 선호하나 국가 개입, 증세는 지지하지 않는 '자유주의적 진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의 정치 희화화ㆍ교양화는 경계해야

그러나 20대의 정치 접근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이내영 교수는 "20대의 특성이 정서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감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우리 사회 전반의 이성적, 논리적 논의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며 "특히 최근 SNS나 인터넷 라디오 방송 등에서의 근거 없는 비방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압도할 경우 정치 자체가 희화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를 마치 교양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정치 문제를 아는 것이 교양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지는 20대도 많은데, 정치를 교양화하면 정치의 본질인 갈등 구조에 대한 천착은 사라지고 현안을 단순히 아는 것에만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 정치현장 뛰어드는 20대

오는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정치 현장에 뛰어드는 20대도 많다. 이들은 "기존 정치 질서는 거부한다. 스스로 새 판을 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선 출마, 정당 창당, 기성 정치권 압박 등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20대 유권자 연대 모임인 '20's Party'는 20대들이 일상 속의 정치 이야기를 하자며 뭉친 온ㆍ오프라인 모임이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청년 후보를 당선시킬 계획을 구상 중이다. 20's Party 대표 김성환(29)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등록금을 마련하며 살다 보니 걱정이 끝이 없었다"며 "이렇게 아등바등 사느니 후배들이라도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 정치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20's Party는 이번 총선에서 전국의 국회의원 후보들을 모니터링, 20대를 위한 정책을 내는 후보자에게 '청년인증후보'를 부여하고 적극 지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정당을 스스로 만들려는 20대도 있다. 대학을 휴학하고 녹색당 창당 준비 청년모임에서 일하는 이지혜(26)씨는 "그 동안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없었는데 4대강 사업이나 원전 건설을 보며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결국 20대의 문제와 녹색정치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선거에 출마해 기성 정치권에 20대의 목소리를 불어넣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1일 현재 19대 총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20대는 총 4명이다. 서울디지털대에 다니는 박주찬(28)씨는 고향인 부산 사하구에서 출마할 생각이다. 박씨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PC방, 주차장 근무, 생선 장사 등 방학 때마다 '투잡'을 뛰며 세 달 꼬박 일해도 번 돈은 150만원이 될까 말까였다"며 "반값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 얘기를 듣고 정치인들이 20대를 위한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출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 안성 정선진(26)씨, 경북 구미 김찬영(29)씨, 충남 부여청양 김기한(28)씨 등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청년단체들의 20대를 위한 정책 제안도 활발하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5%, 중소기업은 3%의 정규직 청년신규채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할당제' ▦국가재원 4조2,000억원 마련을 통한 등록금 30% 인하 ▦취업 후 학자금 상한제의 전면개정 등의 정책을 주문했다.

기성 정당들도 20대의 움직임에 조금씩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으로 20대의 이준석 클라세 스튜디오 대표를 영입했고, 민주통합당은 20대 남녀 각 1명씩을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공천하기로 했다. 통합진보당도 20대 후보의 비례대표 선출 우선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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