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권력은 이미 정해져 있다. 10월 제18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기 전대)에서 시진핑(習近平ㆍ59)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ㆍ57) 상무부총리가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에 올라 5세대 국정체제를 갖추게 된다. 선거를 거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들이 중국의 향후 10년을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차세대 권력 지형도의 윤곽
중국은 권력의 집중보다 분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실상 1인 권력이었다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은 점진적인 권력 균점을 지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5세대 지도부는 집단체제를 강화하고 권력분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 지도부의 핵심은 9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데, 시 부주석과 리 부총리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다. 중국의 정치 세력은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공청단(共靑團ㆍ공산주의청년동맹), 혁명 원로의 자제 쩡칭훙(曾慶紅)이 이끄는 태자당(太子黨),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의 상하이방 등으로 나뉘는데 시 부주석은 태자당으로, 리 부총리는 공청단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 외에 18기 전대에서 추대될 상무위원 후보로 왕치산(王岐山ㆍ64) 부총리, 리웬차오(李源潮ㆍ62) 당 조직부장, 류윈산(劉云山ㆍ65) 당 선전부장, 왕양(汪洋ㆍ57) 광둥성 서기, 보시라이(薄熙來ㆍ63) 충칭시 서기, 장가오리(張高麗ㆍ66) 톈진시 서기, 장더장(張德江ㆍ66) 부총리, 위정성(兪正聲ㆍ67) 상하이시 서기, 류옌둥(劉延東ㆍ67) 국무위원 등이 거론된다.
왕 부총리와 류옌둥 국무위원은 태자당 출신이지만 후 주석 계열에 기울고 있으며 리웬차오 부장, 왕양 서기 등은 후 주석 측근으로 분류된다. 위정성 서기와 장더장 부총리는 상하이방 출신이며 태자당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5세대 지도부는 시 부주석이 국가주석과 총서기를 차지해도 공청단 세력에 권력이 쏠리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차기 지도부의 과제와 한계
5세대 지도부 앞에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 대만의 무기 구입, 인도ㆍ일본ㆍ베트남 등과의 영토갈등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놓여있다. 새 지도부는 후 주석 체제의 도광양회(韜光養晦ㆍ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는 뜻) 전략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것은 적극 처리해 유리한 안보환경을 조성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티브 창 칭화(靑華)대 교수는 "빠른 경제성장에서 파생되는 내부 문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가령 불균형 발전, 불평등한 소득 분배, 민족 갈등, 지속 불가능한 성장정책 등의 해결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5세대 지도부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인민해방군이 국내 정치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보즈웨(包子岳) 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후 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주석 자리를 물려주더라도 여전히 군 최고통수권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며 "후 주석이 전임 장쩌민 주석과 마찬가지로 상왕처럼 있을 경우 힘의 균형은 후 주석의 관할 하의 인민해방군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후 주석이 군을 계속 지배하고 '리틀 후진타오'라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당서기를 승진시키려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는 샌드위치가 돼 기존 정책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반도 정책 방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중국의 권력 이동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기 지도부는 김정은 시대를 맞아 북한의 비핵화와 점진적인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며 북중 경협을 강화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과도 경제전략적 협력자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이 김정은에게 북중혈맹의 우의전통을 변함없이 보임으로써 북한이 정치적 불안정과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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